그동안 대구시장 선거는 '조용한 선거'였다. '새누리당 공천=대구시장 당선'이란 인식이 깔려 있는데다 새누리당 공천 역시 전략 공천이나 낙점 형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야권에서 후보가 나왔지만, 상대적으로 중량감이 떨어지거나 단일화 실패로 치열한 여'야 대결 구도를 형성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대구시장 선거는 시민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다. 서울시장 등 다른 광역단체장 선거가 여야의 팽팽한 대결로 전 국민의 이슈가 됐던 점과 사뭇 대조적이었다. 민선 자치 20년을 거치면서 3대 도시였던 대구의 위상이 급락한 것도 이런 선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김범일 시장의 3선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다수의 예비 후보자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새누리당만 해도 예비 후보들의 면면이 다양하다. 크게 보면 전'현직 국회의원과 구청장 출신으로 분류되지만 출신 학교'나이'과거 직업'정치적 가치관'공약 등이 달라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새누리당의 시장 후보가 시민 참여 경선을 통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예비 후보들의 마음가짐과 자세가 달라졌다. 이들은 대구의 비전을 제시하며 삶의 현장에서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정치권 실세만 바라보며 공천을 바라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여기에 민주당이 김부겸 전 최고위원을 시장 후보로 내세울 방침을 밝혀, 대구시장 선거전은 1995년 제1회 동시지방선거 이후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낙선했지만 40.4%라는 득표율을 기록한 인물이다. 그래서 전국의 주요 언론들도 이번 대구시장 선거를 주목하고 있다. 새누리당 일당 지배 구조의 대구에서 여'야 간 빅 매치가 성사될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6'4 지방선거는 지방자치가 성년기를 맞은 시점에 치러지는 것이다. 지방자치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대구의 미래가 6'4 지방선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선거는 경기 침체와 패배주의에 빠진 대구를 역동적이며 희망적인 도시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이노베이터(innovator'혁신자)를 시장으로 뽑아야 할 중요한 기회이다. 수많은 청년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꿈을 이루지 못해 대구를 떠나는 일(지난해 20~29세 순유출 인구 7천14명)을 더 이상 방관해선 안 된다.
'대구의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주체는 시민들이다. 대구시민 입장에서는 대구시장 선거가 대통령 선거 못지않게 중요하다.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나와 이웃의 삶, 공동체의 미래가 달라진다. 대구시장 선거는 '대구 혁신'의 노둣돌이 돼야 한다.
시장 후보군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앞으로 투표일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누구의 공약이 실현 가능하며, 누가 대구의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지 함께 토론하고 평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타성을 버려야 한다. 선거철만 되면 택시 안이나 술자리에서 말 꺼내기가 겁난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택시 기사와 다른 의견을 보였을 때 겪게 될 '은근한 불안', 술잔을 앞에 놓고 똑같은 주장에 핏대 올리는 다수에게 딴죽 걸다가 받게 될 '노골적 반감'과 맞닥뜨리고 싶지 않아서다. 나와 다른 생각과 주장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당대의 정치 현실은 정치인들만이 만든 것은 아니다. 유권자들의 선택에 따른 결과이다. 민주주의(정치)가 성숙하려면 관전과 비평뿐만 아니라 참여와 실천이 따라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더욱 그렇다. 대구의 한계와 모순을 지적하고, 기득권의 잘못된 행태를 비난한다고 해서 대구의 모습과 시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 희망을 갖고 실천해야 희망이 온다.
현실 정치의 틀은 선거를 통해 결정된다. 유권자 개인의 힘은 바람에 눕는 풀처럼 미약하다. 하지만 그 작은 힘이 어깨를 걸면 바람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
중국의 대문호이며 사상가인 루쉰(魯迅'1881~1936)이 남긴 글이 떠오른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다./ 지나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된다.'(소설집 '외침')
6'4 지방선거, 앞으로 100여 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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