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사진 찍히려 왔나" 빈소 찾은 정치인들에 차가운 시선

입력 2014-02-19 10:48:07

국회의원·장관 등 10여명 조문…유족들 "그런다고 표 안줘" 영정 사진 안치도 늦어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들, 안철수 새정치연합 국회의원(위로부터)이 사고대책본부와 분향소, 사고현장을 방문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들, 안철수 새정치연합 국회의원(위로부터)이 사고대책본부와 분향소, 사고현장을 방문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선거 때 되니까 와서 얼굴만 비추고 가고…. 우린 이런 위로 필요 없습니다."

18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호계동 21세기좋은병원 장례식장.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희생자들의 빈소로 들어서는 안철수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유족들의 표정은 냉랭했다. 10여 분간 머물며 희생자들의 영정에 절을 하고 돌아서는 안 의원의 등 뒤에서 한 유족이 "와서 사진이나 찍고 가는데, 그런다고 표 찍어주지 않는다"고 내뱉었다.

앞서 방문한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빈소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쫓기듯 장례식장을 떠나야 했다. 때마침 자극적인 언론 보도에 격분한 유족들이 몰려든 취재진을 향해 울분을 토한 직후였다. 전 원내대표는 흥분한 유족들을 차마 달래지 못하고 돌아섰다.

줄지어 빈소를 찾는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유족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18일 하루 동안 방문한 정치인은 안철수 국회의원과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해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수성 새누리당 국회의원, 국회 안행위 소속 의원 일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박성호 새누리당 국회의원, 신학용 민주당 국회의원 등 10여 명에 달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김정훈(19) 씨의 이모 이금자(67'여) 씨는 "대학 오리엔테이션 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남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조카가 이런 일을 겪으니 말이 안 나온다"며 "죽은 아이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찾아와서 심란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온종일 빈소에는 숨을 거둔 고 김진솔(19'여) 씨의 영정사진만이 외롭게 놓여 있었다. 이 병원에 안치된 희생자는 5명에 이르렀지만 사고가 발생한 지 12시간이 지나도록 빈소에는 위패만 있을 뿐 영정사진 한 장 제대로 놓이지 못했다.

오후 4시가 넘어 부산외대 정용각 부총장이 빈소를 찾자 유족들은 화를 억누르지 못했다. "학교에서 너무 성의가 없는 것 아닙니까. 학적부에 사진 다 갖고 있으면서 어떻게 하루가 다되도록 장례식장에 영정사진도 없는 상황을 만듭니까?"

유족들은 "자기 자식이면 화분 하나, 음식 없이 찬 곳에 애들을 눕혀 놓겠느냐"며 "학교 측이 이번 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책임을 통감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성토했다.

오후 5시 유족들과 코오롱 관계자, 부산외대 간의 피해 보상 협의가 시작됐지만 책임 소재를 두고 언성이 높아지며 이내 결렬됐다.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빈소에 모든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이 놓였다. 사진 속 희생자들은 환히 웃고 있었지만 유족들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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