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들이 전한 생지옥 사고 당시 상황
17일 오후 8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저녁 식사를 마친 부산외국어대 아시아대학(중국어'베트남어'인도네시아어 등) 신입생 565명은 리조트 내 체육관으로 모여들었다.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나머지 유럽'미주대학 신입생 447명은 저녁식사 후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체육관에서 열린 신입생 환영 공연은 공연 시작 1시간을 넘겨 사은품을 나눠주는 마지막 행사로 치닫고 있었다. 오후 9시 5분, 강당 바닥에서 사은품 행사를 지켜보던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무대 앞 모서리에서 '쩍쩍' 소리가 나며 천장이 갈라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벤트 사회자가 이야기를 하던 중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강당 내부 500여 명은 비명을 질렀다. 미처 대피할 사이도 없이 체육관 천장 전체가 내려앉았고 순간 학생들은 이리저리 피할 곳을 찾았지만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제대로 대피하지 못했다.
정임지(중국어학과) 양은 "무대 쪽에서 굉음이 났고 이후 천장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무조건 입구 쪽으로 뛰었다. 입구 쪽에서 친구들의 몸이 갑자기 뒤엉켰고, 학생들이 차례로 넘어졌다. 학생들은 서로 몸을 짓밟으며 필사적으로 밖으로 도망쳤다"고 했다. 정 양은 사고현장 상황을 얘기하며 온몸을 떨었다.
무대 반대편 뒤쪽에 자리한 일부 학생들은 놀라서 바로 옆 출입구 쪽으로 몸을 피했다.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는 상황. 학생들은 일제히 뒤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눈무게를 견디지 못한 천장 전체가 붕괴한 데는 1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천장은 중앙 부분이 확 무너져 내렸다. 무대 쪽에서 달린 학생들은 중간지점에서, 중간지점에서 뛴 아이들은 입구에 거의 다 왔지만 매몰되고 말았다.
이날 체육관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학생들은 "사고는 피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났다"고 했다. 김모(19) 군은 "바닥에 쓰러진 여학생을 봤다. 구해주고 싶었는데 뒤에서 밀려오는 아이들 때문에 밟고 지나갔다. 내 침대 앞에 목숨을 잃은 여학생의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는데, 혹시 그 친구가 아니었나 싶어 죄책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최보경(태국어학과) 양은 "무대 앞에서 무너지기 시작한 천장이 뒤쪽 입구까지 도달하는데 몇 초가 안 걸렸다. 체육관 중간에 있던 아이들이 한꺼번에 입구 쪽으로 내달리다 보니 넘어지면서 특히 많이 다쳤다. 그야말로 지옥이었다"고 했다.
체육관 중간지점에 있던 학생들이 대부분 변을 당했다. 그중에서도 여학생들 피해가 컸다. 사망자 상당수가 여학생이다. 입구 쪽으로 한꺼번에 학생들이 몰리면서 이 주변에서 학생들이 뒤엉켜 넘어졌다. 이 부근에서도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김혜인(인도네시아어과) 양은 "바닥에 그냥 앉아있던 아이들은 피할 새도 없이 건물 잔해와 지붕에 있던 눈 속에 파묻혀버렸다. 남학생들은 힘이 있어 눈을 헤치고 나왔지만 여학생들은 눈 위로 손만 내밀어 버둥댈 뿐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 남학생들은 창문을 깨고 가까스로 탈출했다. 아랍어과 신입생 이희민(19) 군은 "강당 앞쪽에 앉아 있었는데 너무 놀라서 하나뿐인 뒤쪽 문을 통해 나가려 했는데 뒤쪽 천장이 한꺼번에 무너졌다"며 "뒤쪽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밖에 있던 학생들이 강당 옆 창문을 깨줘 겨우 탈출했다"고 아찔한 순간을 전했다.
학생들은 무대 귀퉁이에서 시작한 천장 붕괴가 뒤편 입구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초가 안 됐고, 출입구도 한 곳밖에 없어 사망자와 부상자가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다행히 탈출한 학생들은 목숨을 잃은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박승혁'신동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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