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착잡…분노…'안현수의 金'을 바라보는 시선

입력 2014-02-17 10:49:30

"제 식구 못챙기고 내쫓더니 줄세우기·파벌주의 합작품"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의 '부활'이 한국 체육계에 파문을 던지고 있다. 시민들은 그의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우승 소식에 우리 선수의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 메시지를 건네면서도 스스로 배출한 선수를 지키지 못한 대한빙상경기연맹에는 분노의 눈총을 보내고 있다.

15일 러시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안현수를 바라보는 국내 빙상 팬들의 시선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로 치닫고 있다. 인터넷과 SNS에서는 이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글이 쏟아지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인터넷 홈페이지는 17일 오전까지도 접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안현수의 금메달 획득 이후 그의 러시아 국적 취득에 대해 빙상경기연맹에 항의하려는 네티즌들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도 13일 "안현수 선수의 문제가 파벌주의, 줄세우기, 심판 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질타한 바 있다.

안현수는 15일 경기를 마치고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8년 동안 너무 힘든 일이 많았기에 그에 대해 보답받았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라며 가시지 않은 기쁨을 표현했다. 또 "첫 메달(10일 쇼트트랙 남자 1,500m 동메달)을 따고 나서도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았다"며 "8년 동안 이 순간을 바라봤고, 금메달을 따고 기쁨을 누려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15세 때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부터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는 1,000m, 1,500m, 5,000m 계주에서 우승해 3관왕에 오르는 신화를 작성했다. 또 500m에서도 동메달을 따내 쇼트트랙 역사상 처음으로 한 올림픽에서 전 종목 시상대에 오른 선수가 됐다.

하지만, 2008년 1월 훈련 도중 당한 무릎 부상은 안현수의 인생 항로를 바꿨다. 힘겹게 재활을 마친 안현수는 2009년 4월 대표선발전에 나섰지만, 하위권으로 처지면서 대표팀 복귀에 실패했다. 일각에서는 안현수를 대표팀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지만, 당시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던 국내 무대에서 특혜를 주기는 어려웠다.

안현수는 2010년 대표선발전에 다시 도전했지만, 일부 선수들의 '짬짜미'와 선수선발전 일정 조정 등으로 인해 2년 연속 대표팀 복귀에 실패했다.

설상가상으로 안현수는 그해 연말 소속팀인 성남시청이 문을 닫으면서 '무적 상태'에 빠졌다. 이때 손을 내민 곳이 러시아 빙상연맹이었다. 안현수는 2011년 8월 러시아 빙상연맹의 귀화 제안을 수락했고, 러시아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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