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춘수 대구은행장 전격 사퇴…임기 1년 남기고…'전통'지킨 아름다운 퇴장

입력 2014-02-17 10:57:38

초대 빼고는 모두 중도 최진…대구은행만의 '행장 문화'

하춘수 대구은행장이 지난해 10월 7일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창립 46주년 기념식에서 임직원들과
하춘수 대구은행장이 지난해 10월 7일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창립 46주년 기념식에서 임직원들과 '행가'를 합창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하춘수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사퇴 배경과 DGB금융지주의 후임 경영진 인선에 지역 경제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9년 취임 때부터 소통과 지역 밀착 경영을 통해 내부 직원은 물론이고 지역 경제계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하 회장의 전격적인 사퇴에 지역 경제계는 다소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은행을 지속 가능한 우량 은행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하 회장은 내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연임(?)이 조심스레 점쳐졌기 때문이다.

◆하 회장 왜 전격 사퇴했나

하 회장은 17일 지주 회장 임기(3월 말)와 은행장(내년 3월) 임기가 달라 '임기 엇박자'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 DGB금융지주의 경영 효율을 위해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 회장의 전격 사퇴는 이런 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 대구은행의 경우 역대 5년 넘게 재임한 은행장이 없었다. 지주회사가 설립되기 전 역대 행장들은 은행장 임기를 앞두고 미리 사퇴하는 '행장 문화'를 만들어 왔다. 이런 점이 하 회장의 사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은행 내부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초대 행장을 제외하고 지금껏 연임한 사례는 있어도 임기를 모두 채운 경우는 한 차례도 없다. 초대 김준성 행장이 8년간 재임한 것을 제외하면 2대 남옥현 행장이 5년간 재임했고 정달용, 권태학, 이상경, 홍희흠, 서덕규, 김극년, 이화언 등 전임 행장들이 모두 5년 미만 재임했거나 연임하더라도 중도 사퇴했다.

이와 함께 2009년 은행장직에 오른 뒤 한 차례 연임을 한 데 따른 피로감도 사퇴 결심을 한 배경이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새 정부 들어 불고 있는 금융지주의 경영진 물갈이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새 정부 출범 후 지난해 산은금융, 우리금융, KB금융,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잇따라 바뀌었다. 올해는 정부의 칼끝이 지방 금융지주를 겨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지난해 연말 부산금융지주회장이 퇴진하기도 했다.

◆DGB금융지주 차기 수장은

하 회장의 사퇴로 후임 회장 겸 은행장이 누가 될지에 대해 지역 경제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DGB금융지주는 18일 DGB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어 후임 회장 및 은행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DGB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 후보추천 기준에 따르면 ▷대구은행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하고 ▷부행장이나 부사장급 이상을 지낸 전'현직 임원으로 제한돼 있다. 물론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금감원 의도에 따라 외부인사 수혈 길도 열려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7, 8명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DGB금융지주 자회사 사장 및 부사장, 대구은행 부행장, 전 임원 등이 대상이다.

자회사 사장으로 박인규 대경TMS사장, 이천기 유페이먼트 사장과 대구은행 내부에서는 마케팅그룹장인 이찬희 부행장, 경영그룹장인 이만희 부행장, 박동관'성무용 DGB금융지주 부사장 등이 후보군에 오르고 있다.

대구은행은 내부 인사 발탁 전통을 이어가고 있어 이들 중 1명이 차기 행장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 등 은행권 전체에 대한 변화와 쇄신을 요구받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 만큼 의외의 인물이 차기 자리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는 지역 여론과 배치된다.

회장과 은행장 결정을 위한 주주총회는 내달 21일 열린다. 하 회장이 전격 사퇴한 지 하루 만에 회장 및 은행장을 선출하려는 것은 내부조직의 동요를 막기 위한 하 회장의 뜻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하 회장은 최근 오해를 많이 받았다. '후계 구도를 밝히지 않은 채 자신이 오래 회장직을 유지하려 한다'는 오해에 시달려 왔다.

이에 대해 하 회장은 "능력 있는 후배에게 길을 터주는 것은 대구은행의 오랜 전통이다. 이것을 이어가야 하고 후임 회장 및 행장이 대구은행을 더욱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하춘수 회장은

▷1953년 경북 김천 ▷1972년 성의상고 졸업 ▷1981년 영남대 졸업 ▷1971년 대구은행 입행 ▷1997년 대구은행 서울분실장 ▷2003년 대구은행 영업부장 ▷2004년 대구은행 부행장보 ▷2006년 대구은행 수석부행장 ▷2009년 대구은행장(현) ▷2009년 대구상공회의소 부회장(현) ▷2011년 이탈리아 명예영사(현) ▷2011년 DGB금융지주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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