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고교,대입 수시 교내대회를 만들어라

입력 2014-02-14 10:02:53

2015년부터 자소서 외부 스펙 쓰면 0점…올림피아드용 학원 불똥

올해 대학입시부터 수시모집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교외 수상 실적 등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하면 0점 처리된다. 이에 따라 외부 '스펙'을 쌓을 수 있도록 돕던 사교육 시장이 위축되고, 교내에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은 대구 고교들의 고민은 커질 전망이다.

13일 교육부는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대입에 외부 스펙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막는 내용 등을 담은 2014년 업무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2015학년도 대입부터 각 대학은 학생부 종합전형 지원자가 자기소개서에 수학'과학올림피아드 등 각종 경시대회 수상 실적, 토익 등 공인 어학 성적, 영재교육원 이수 이력 등 외부 스펙을 적을 경우 서류 전형 점수를 0점으로 처리해야 한다. 그동안 학생부에 외부 스펙을 기재하지 못하게 해도 자기소개서에 그 내용을 담을 수 있었지만 올해 입시부터는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입시에서 수험생의 외부 스펙을 반영하면 각종 재정 지원 사업과 연계해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끝내 바로잡지 않는다면 각종 행정제재도 가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외부 스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주 고객이었던 학원에는 찬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각종 올림피아드 준비 과정을 운영해온 수성구 학원 관계자는 "앞서 발표된 국제고, 자사고, 외국어고 등 고교 입학 전형 개선 방안에서도 자기소개서에 외부 스펙을 기재하면 면접 점수를 0점 처리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설상가상"이라며 "적지 않은 학원이 존폐 갈림길에 설 것"이라고 했다.

사교육 시장이 위축된다고 공교육 쪽에서 무조건 반길 일만은 아니다. 각 대학이 학교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만 평가할 수 있게 되면서 교내에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한 고교 경우 당장 올해 입시 실적이 곤두박질 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대구의 상당수 고교들은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것보다 수능시험 준비에 매달려온 터라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대구 고교 교무부장협의회 이대희 회장(대건고 교사)은 "학교에서 다양한 대회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꾸미지 못하면 그 학교는 도태될 것"이라며 "대구 고교들이 더 이상 변화를 늦춰선 안 된다"고 했다.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김기영 연구실장은 "각 고교가 과제연구(R&E), 고급수학이나 국제경제 등 심화과목, 학술 동아리 활동, 희망 전공에 맞춘 특강 등을 운영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심을 쏟아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대구시교육청 진학진로지원단 박재완 단장(혜화여고 교사)은 "교과 수업 외에 각 고교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크게 늘어나는 셈"이라며 "학교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교육청 단위에서 이뤄지거나 지자체 등 공공 기관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할 경우에는 당연히 학생부나 자기소개서에 기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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