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쇼트트랙…다시 일어선 박승희

입력 2014-02-14 10:25:23

女 500m 16년 만에 동메달…1위 레이스 중 걸려 넘어져…불운 속 쾌거

박승희(22'화성시청)가 13일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 한국선수단에 두번째 메달을 안겼다. 이 종목에서 한국이 메달을 수확한 것은 1998년 일본 나가노 대회 전이경의 동메달 이후 16년 만이다.

하지만, 박승희로서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경기였다. 준준결승과 준결승에서 1위를 차지한 뒤 결승에서도 레이스 초반 선두로 나섰으나 뒤따르던 선수에게 몸이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시상대 더 높은 곳에 설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박승희는 일어나 달려나가려다 다시 넘어지면서 결국 최하위 기록인 54초207에 레이스를 끝냈지만, 엘리스 크리스티(영국)가 실격당해 동메달의 주인이 됐다.

500m 금메달은 선수들이 뒤엉킬 때 혼자만 넘어지지 않은 중국 리젠러우(45초263)가 차지했고, 은메달은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51초250)가 가져갔다. 박승희와 함께 출전했던 김아랑(전주제일고)과 심석희(세화여고)는 준준결승에서 탈락했다.

더욱이 박승희는 넘어지는 과정에서 오른 무릎을 다쳐 15일 열릴 1,500m 경기는 출전을 포기했다. 박승희는 2010년 밴쿠버대회에서도 1,000m, 1,500m에서 각각 동메달을 수확한 바 있다. 윤재명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는 "18일 예선을 시작하는 1,000m와 3,000m 계주 경기 출전 여부는 박승희의 몸 상태를 지켜보고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1,500m에 박승희 대신 조해리(28'고양시청)를 내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박승희는 아쉬움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준결승에서 좋은 경기를 해서 금메달을 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부러 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아쉽지만 동메달도 저에게는 값지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처음에 넘어지고 나서는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며 "두 번째 넘어질 때는 마음이 급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한편 박승희는 '국가대표 3남매'로 잘 알려져 있다. 박승희의 언니인 박승주(24)는 이번 올림픽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로 출전했고, 남동생 박세영(21)은 쇼트트랙에 함께 출전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에서도 6분48초206의 기록으로 1조 3위에 처져 결승 진출 자격을 얻지 못했다. 네 바퀴를 남겨놓고 이호석(고양시청)이 코너를 돌던 도중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바람에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준결승에서 실격한 이후 12년 만에 결승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됐다. 신다운(서울시청)과 이한빈(성남시청)은 남자 1,000m 예선을 통과해 명예회복을 노린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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