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가게일을 마치고 파김치가 되어 자정이 다 돼서야 집에 도착했다. 휴대폰 문자음이 울려 확인해 보니 남편이 보낸 가게의 한 해 결산 보고서다. 그걸 정리하면서 그도 내심 흐뭇했으리라. 모두 수고했노라고 답하는데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세월만 졸졸 흐른 게 아니라, 우리 가게도 데굴데굴 잘도 굴러 왔네.
벌써 7년. 건축업을 정리하고 가정주부로만 있던 나에게 음식점을 함께하자고 했을 때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른다.
꿈에서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내가 식당 아줌마라, 솔직히 숨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었고, 빚더미가 발목을 잡고 있어 피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즐기기는커녕 견디지도 못해 체중은 줄 대로 줄고, 몸은 죽을 만큼 아프기도 했다. 식당일은 내 손만 거칠게 하는 게 아니라, 입까지 거칠게 해 상처가 되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고는 후회하곤 했다.그런저런 것이 쌓여 손바닥만 한 소박한 가게에서 대박을 냈다.
남들은 코웃음을 칠 수도 있겠지만, 이 순간 나 자신에게 큰 상을 주고 싶다. 하하하, 기쁜 마음으로 수상 소감을 말해야지.
"감사한 분이 정말 많은데요, 늘 함께 고생하는 남편과 송이, 제일 고맙고, 군대 복무하는 아들, 건강 염려해준 친구들도 고마워. 건강 챙기면서 일하라고 얘기해주는 친구들 고마워. 물심양면 도움을 주신 가족들, 이웃들 모두 모두 감사하고, 무엇보다도, 잊지 않고 저희 가게를 찾아주시는 모든 고객님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최순단(대구 수성구 동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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