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골프장은 '개점휴업'…새하얀 관광지는 '셔터 찰칵'

입력 2014-02-13 11:15:16

자가용 대신 대중버스 이용, 모임 취소, "추억 만들기" 관광지만 북적

12일 육군 제2작전사령부 50사단 울진대대 장병들이 울진군 북면 검성리에서 폭설에 고립된 농가 주변에서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12일 육군 제2작전사령부 50사단 울진대대 장병들이 울진군 북면 검성리에서 폭설에 고립된 농가 주변에서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포항과 경주 등 경북 동해안 지역에 쏟아진 눈 폭탄은 주민들의 라이프 사이클도 바꾸었다.

공항과 배편이 모두 중단되고 904번 지방도(경주시 외동읍~양남면)와 68번 지방도(포항시 청하면~죽장면 상옥리) 등지의 교통 통제로 시민들의 발길이 꽁꽁 묶였다.

한국공항공사 포항지사에 따르면 10일 포항~김포 간 노선은 8편이 모두 결항됐으며 11일에는 50%인 4편이, 12일에는 오전 2편만 운항됐다. 13일 역시 오전 4편은 모두 결항됐으며, 활주로 상황에 따라 오후 4편까지 모두 결항될 가능성이 높다.

시내버스는 포항시 북구 신광면'청하면 등 언덕이 높은 일부 구간 통제로 운행이 중단됐고, 저속운행 탓에 배차간격이 조금씩 벌어지면서 5~30분씩 운행이 지연됐다. 출퇴근 시민들이 한꺼번에 버스로 몰리면서 손님을 가득 태운 버스가 승강장을 그냥 통과하기도 했다.

지역 상가의 저녁 풍경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다. 온통 얼음판으로 변해 걷기조차 힘든 데다 택시와 대리운전 등도 도로가 얼어붙자 오후 10시 이후에는 대부분 운행을 삼갔다.

저녁 모임들은 잇따라 취소됐다. 포항시 남구 이동 P숯불구이집 주인 양모(38) 씨는 "저녁 술자리를 파하고 콜택시나 대리운전을 요청해도 밤늦게 운행하는 곳이 없다"며 "최근 이틀 새 예약 8건 중 7건이 취소됐다. 장사는 모두 망쳤다"고 푸념했다.

경주에는 사상 최대치인 평균 적설량 50㎝를 기록했다. 영업을 못한 골프장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은 반면에 보문단지 등 주요 관광지 등에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경주의 보문'경주'블루원'신라CC와 포항의 오션힐스와 포항CC 등은 개점휴업 상태다. 눈이 그쳐도 다음 주 초까지 영업에 차질이 불가피해 수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시설물 파손도 우려돼 골프장 내 점검이 끝나면 피해액은 더 늘 전망이다.

골프장 관계자는 "50㎝가 넘는 눈이 쌓여 코스에 들어가지도 못했다"며 "제설작업을 완전히 마치고 손님을 받으려면 최소한 5일가량 더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이와는 반대로 보문단지와 동부사적지 등에는 가족과 연인 단위의 관광객들이 사진촬영과 눈싸움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 희비가 엇갈렸다. 경주 보문단지와 동부사적지에는 최고 60㎝의 적설량으로 온통 눈으로 새하얗게 뒤덮여 설국이 따로 없다.

가족과 함께 눈 내린 첨성대를 방문한 한 주부(42'대구 수성구 범물동) 는 "눈 덮힌 첨성대는 처음 본다. 환상적인 모습"이라며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보문단지 내 물레방아 인근에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사진촬영 등으로 즐거운 한때를 보였다.

대만에서 온 첸충친(47) 씨는 "대만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눈을 원 없이 본다"며 "가족'동료들과 함께 1주일 일정으로 한국에 왔는데 정말 좋은 추억을 담아간다"고 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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