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月)만큼 다양하게 변주(變奏)된 문학적 소재도 없을 듯하다.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달의 주기적인 속성이 인간의 존재양식과 많이 닮았기 때문일까.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차올랐다가 그믐달로 이지러지는 달의 순환은 삶과 죽음, 존재와 허무, 풍요와 빈곤, 위안과 상처를 대변한다.
신라향가인 '찬기파랑가'에 뜬 달은 영원한 피안(彼岸)의 공간이었다. '달아 높이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로 시작하는 백제가요 '정읍사'에 등장하는 달은 소망과 기원 그리고 광명과 안녕을 상징한다.
고려시대 문인 이조년은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한 다정한 봄밤의 정취를 노래했고, 조선시대 문신 윤선도는 휘영청 밝은 달을 벗 삼아 노닐었다. 기생 황진이와 천금의 '만공산한 명월'과 '공산 잠든 달'은 그리운 님의 화신이었다. 이순신 장군의 한산섬을 밝힌 달에는 우국충정의 깊은 시름이 배어 있다.
낮의 태양이 남성을 상징한다면, 밤에 뜨는 달은 여성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보름이라는 달의 순환 주기와 여성이 가진 달거리의 속성은 창조와 소멸 그리고 재생을 거듭하는 모태(母胎)의 원형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향의 수필 '그믐달'만큼 달의 형상과 여성의 모습을 뛰어난 언어적 감수성으로 비유한 작품도 드물다. '서산 위에 잠깐 나타났다 숨어버리는 초승달은 세상을 후려 삼키려는 독부(毒婦)가 아니면 철모르는 처녀 같은 달이지만, 그믐달은 세상의 갖은 풍상을 다 겪고 나중에는 무슨 원한을 품고 애처롭게 쓰러지는 원부(怨婦)와 같이 애절한 맛이 있다. 그믐달은 애인을 잃고 쫓겨난 공주와 같은 달이다.'
그러면서 '보름의 둥근 달은 모든 영화와 끝없는 숭배를 받는 여왕(女王)과 같은 달'이라고 했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상황과 자신의 승화된 한의 정서를 대변하기 위해서인지 작가는 그믐달을 사랑한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뭐니 뭐니 해도 충만한 만월(滿月)에 매료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전래의 세시풍속도 대부분 보름달과 관련된 것이다. 더구나 대보름 달빛이야말로 어둠과 질병과 재액을 밀어내는 광명의 상징이었다. 정월 대보름을 맞아 곳곳에서 다양한 달맞이 민속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갑오년 정월 대보름에 떠오르는 만월을 보며 삶의 풍요와 세상의 평화를 빌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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