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미래X파일 곤충

입력 2014-02-10 07:45:09

엄청나게 더웠던 지난여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를 봤다. 기차 안에서 인류 마지막 순간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한 치열한 사투가 벌어지는 스크린 속에서 나는 스릴과 안타까움으로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상상할 수 없는 비참함 속에 생존을 위한 고통이 생생히 표현되면서 영화의 재미를 더하고 있었다.

순간 한 장면에서 내 눈이 번쩍했다. 바퀴벌레? 최하층의 식량은 바퀴벌레로 만든 프로테인 바(단백질 보충제)였다. 끔찍한 바퀴벌레가 화면에 우글우글, 순간 영화관에서 경악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충격의 바퀴벌레가 서서히 미소로 바뀌어 가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로 그거다. 미래의 인류에게 닥쳐올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바퀴벌레, 사육, 곤충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순간 어릴 적 시골의 간식거리가 떠올랐다. 메뚜기, 가재, 아! 나도 이미 프로테인 바를 먹었다고 생각하니 묘한 웃음이 나왔다.

세계인구가 70억 명을 돌파했다. 2050년에는 9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인구의 8명 중 1명은 기아로 허덕이고 있으며 앞으로는 지구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기후 이상 변화로 식량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우리는 식량 수급에 필요한 대안들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중 곤충이 미래의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더욱 확신해진다. TV에서 다양한 곤충 먹거리를 선보였는데 맛으로나 영양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인간은 단백질 공급을 위해 동물을 사육하지만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초지 조성을 위한 사막화로 기후 온난화 현상, 사육에 따른 탄산가스의 배출과 수송을 위한 석유에너지 소비 등등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 식용 곤충을 활용하는 것이 보다 더 경제적이라고 많은 학자가 증명하고 있다.

곤충과 관련 연구에서 필자는 주름의 필러제로 쓰고 있는 보톡스, 콜라겐, 자가 지방 이식을 대체할 방법을 모색하고자 곤충에서 스스로 지방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단백질을 찾아내었다. 이 곤충 단백질은 지속적으로 지방세포를 만들어 내므로 반영구적인 주름개선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높다. 이 연구가 끝나면 20대의 피부 동안을 평생 유지할 수 있어 획기적인 필러제가 될 것이다. 또한 소 배설물에서 자라는 쇠똥구리의 습성을 연구하여 비위생적인 조건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물질이 단백질이라는 것을 밝혀 항생제로서 개발을 추진하는 연구팀도 있다.

곤충산업이야말로 요즘 한창 정부에서 강조하는 창조경제 핵심 산업으로 한 번 띄워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안봉전 대구한의대학교 화장품약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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