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사흘 전에 발생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대한 수사를 축소'은폐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는 대선 막판에 불거진 국정원 댓글 의혹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허위로 발표하도록 하는 등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청장에 대해 "검찰의 공소 사실 자체가 객관적 증거와 부합되지 않는다"며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검찰은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서 수사과장)의 진술을 토대로 김용판 전 서울청장이 국정원 여직원 자택과 노트북 압수수색 영장신청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2012년 12월 12일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이 떠넘기기 식 신청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데 따라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보류한 것이라는 다수 경찰관(증언한 17명 중 16명)의 일관된 증언을 채택했고, 김 전 청장이 전화로 외압을 행사했기 때문이라는 권 과장의 진술은 신빙성이 낮다고 배척했다. 분석 키워드를 4개(박근혜'문재인'새누리당'민주통합당)로 축소시킨 것도 대선 코앞이라는 현실적인 분석 기간을 고려한 조치로 불합리한 요구가 아니라고 무혐의를 내렸다.
이번 재판은 오로지 개관적 증거를 근거로 법관의 양심에 따라 판결한 법적 증거주의의 명쾌한 결과물이다. 재판부는 검찰 측 증거만으로는 김 전 청장이 국정원 댓글 의혹 수사를 방해했거나 방해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검찰이 주장한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위반, 경찰공무원법 위반 등 3대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범균 재판장(부장판사)은 "검찰이 기본적인 사실 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한 사람의 진술만 믿고 공소를 제기한 것이 아닌지 의문스럽다"며 부실수사 의혹을 추궁했다. 검찰의 공소 사실을 입증할 유일한 간접 증거인 권 과장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배치돼 믿을 수 없다고 판결한 셈이다.
재판부의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결과"로 기자회견을 통해 법원을 몰아붙이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권 과장은 김용판 유죄를 입증하려면 조용히 자신의 증언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를 제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권 과장이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현직 경찰관의 신분으로 더 이상 여론몰이형 행보는 자제해야 한다. 이미 지난 1년간 충분히 나라를 뒤끓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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