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경북' 과수, 생산·유통·판매 통합마케팅이 경쟁력
경북이 전국 최고의 생산량과 품질 경쟁력을 자랑하는 농산물이 있다. 사과'포도'복숭아'떫은감'자두 등 5대 과수다. 경북이 꾸준히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맡고 있는 품목들이다. 영주'청송'의성은 사과, 상주'청도는 감, 영천은 포도 등 경북지역 각 시'군 이름은 저마다 과일 이름 앞에 붙는 브랜드가 됐을 정도다.
하지만 시장 개방이 확대되는 FTA 시대에 생존하려면 '메이드 인 경북' 과수에 날개를 달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나는 몸집 키우기다.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대단위 유통 조직으로 시장교섭력을 키우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집중이다. 지역 군소 브랜드의 과당 경쟁을 막는 품목별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엄격한 품질 관리와 지속적인 연구개발은 기본이다. 이를 위해 경상북도는 올해부터 경북형 과수 산지유통시스템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키위 강대국, 뉴질랜드
키위 하나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국가가 있다. 바로 뉴질랜드다. 세계적인 키위 브랜드 '제스프리'가 대표적이다. 2012년 기준으로 뉴질랜드의 키위 총 생산량은 약 40만t 규모다. 세계 전체 키위 생산량의 30%를 차지한다. 총 매출액은 1조6천억원대.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유럽, 아시아 등 세계 50여 개국에서 뉴질랜드산 키위를 수입하고 있다.
엄청난 생산 및 매출 규모를 자랑하지만 이는 뉴질랜드에 있는 겨우 3천여 농가가 해내고 있는 일이다. 키위를 포함한 뉴질랜드 전체 농가 인구는 10만여 명으로 우리나라의 2%에 불과하다. 하지만 총 경지 면적은 1천430만여㏊로 우리나라의 8배에 달한다. 농식품 수출액도 우리 돈으로 24조원 규모로 우리나라의 3배에 달한다.
◆생산부터 수출까지, 통합 마케팅이 경쟁력
뉴질랜드 농업도 지금 우리처럼 한때 해외시장 개방 확대의 위기를 맞았다. 키위 농업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인구가 400만 명 정도에 불과한 뉴질랜드는 내수시장 수요만으로는 위기를 헤쳐나가기 힘들었다. 수출이 유일한 탈출구였고, 맞춤형 대책이 필요했다.
바로 키위 통합 마케팅의 시작이다. 1998년 뉴질랜드 정부는 '키위후르츠마케팅보드'를 설립했다. 마케팅보드란 특정 상품의 생산과 유통에 대해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받은 유통조직을 가리킨다. 이어 뉴질랜드 정부는 1999년 '키위산업 구조조정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키위후르츠마케팅보드 소속 키위 판매회사인 '제스프리'에 키위 수출 독점권을 부여했다.
뉴질랜드 전체 키위 농가의 90%가 소속된 키위후르츠마케팅보드는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자조금으로 운영되는 자조금위원회 역할도 맡았다. 자조금위원회는 자조금으로 농가 생산물의 판로 및 시장교섭력 확대, 수급 조절, 소비 촉진을 위한 홍보 등을 맡는다.
따라서 키위후르츠마케팅보드는 뉴질랜드 키위 농가들의 키위 생산부터 수출까지 통합적으로 마케팅하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눈여겨볼 점은 정부가 키위 농가에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농가 스스로 자조금으로 뭉쳐 자립하도록 도왔고,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해 수출이 용이한 농업 구조를 뒷받침했다. 특히 자조금 제도는 정부의 직접적인 농업 보조 및 지원이 국제적으로 제한받는 FTA 시대에 농산물 품목마다 도입이 꼭 필요한 대책으로 강조되고 있다.
◆세계 최고 키위 브랜드, 제스프리
통합 마케팅의 기반 위에서 제스프리는 독창적으로 경쟁력을 쌓아나갔다. 제스프리는 주주가 모두 농민인 영농법인이자 주식회사다. 이익을 내면 농민들이 배당을 받는 구조다.
또 상호 비교 시스템을 통해 우수 품질 키위 생산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모두 제스프리 키위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력이다.
제스프리는 연구개발에 엄청난 비용을 투입한다. 2012년의 경우 키위 품질 연구개발에 105억원을 썼고, 이는 같은 해 총 매출 1조6천억원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비용뿐만 아니라 시간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제스프리 브랜드 내에서도 효자 품목인 '골드키위'는 15년 연구 끝에 개발해낸 품종이다.
제스프리는 해외 전략도 치밀하다. 수입국에서 키위가 생산되지 않는 기간에만 수출하는 협정을 맺어 갈등과 분쟁을 미리 예방한다. 또 연중 상품 공급을 위해 해외 키위 재배농가를 육성하고 있다. 현재 제스프리는 뉴질랜드 내 2천700여 농가와 해외 1천300여 농가가 함께 키위를 생산하고 있다.
◆제스프리처럼! 경북형 과수 산지유통시스템
경북도는 올해부터 본격 가동하고 있는 경북형 과수 산지유통시스템에 대해 '경북형 제스프리 체제'라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지난해 6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최종 승인한 광역단위 산지유통종합계획에 따라 출범했다. 뉴질랜드의 제스프리처럼 과수 생산에서 유통,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통합 관리한다.
경북도는 제스프리 추진 초기처럼 관련 법과 제도적 뒷받침 마련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올해 '경북도 농산물 공동마케팅조직 육성 지원조례'를 제정해 과수 통합 마케팅 조직 및 참여 농가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관련 인프라 구축에 힘쓸 방침이다. 앞으로 5년간 대규모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건립에 150억원, 중'소규모 APC 시설 보완에 150억원, 과수 통합 마케팅 지원에 200억원 등 모두 5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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