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연휴에 발길을 인흥서원으로 옮겨 봤다. 날씨가 따뜻한 탓에 산불예방을 위해 산불감시원이 마을길에서 주변 산을 감시하고 있었다.
마침 논둑에서 개불알풀이 자색 꽃을 총총 피워서 깜짝 놀랐다. 꽃의 화경은 불과 5㎜에 불과해 눈여겨보지 않으면 잘 띄지 않는다. 그런데 한데 어울린 옆자리에서 뒤지지 않을세라 광대나물이 붉은 꽃을 내밀고 있었다. 지금 한창 준비단계여서 붉은 꽃봉오리 크기가 2㎜ 정도 됐다.
이들은 빠르다면 4월에 개화하지만 그간의 추위도 잊은 듯 벌써 제각기 꽃 피웠다. 개불알풀과 광대나물과 같은 들풀은 줄기식물이어서 키가 크지도 않고 꽃도 아주 작다. 계절도 잊은 채 지금 일찍 꽃을 피운 이유는 최근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면서 개화기를 착각한 나머지 벌 나비를 먼저 유인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꽃 소식에 다시 앞산공원을 향했다. 자드락길로 들어서기 위해서 먼저 큰골을 향했다. 이곳 자드락길에는 오가는 공원이용객이 분주했다. 중간쯤에 들어서자 산비탈 옹벽에 개나리가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제법 여러 그루였다. 따뜻한 날씨 때문에 들풀과 마찬가지로 꽃 소식을 접할 수 있어서 큰 수확을 거둔 셈이었다.
욕심이 더 생겨서 자락길을 따라서 다시 큰골을 향했다. 한참을 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양지바른 자락길 섶에서 고사리가 동면을 잊은 채 여름처럼 짙푸르게 한곳에 모여 자라고 있었다.
대구수목원 김병도 연구사는 "지금처럼 계절도 잊은 채 발 빠르게 꽃을 피우는 것은 이미 땅속에 지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최근 따뜻한 날씨로 인하여 집중적으로 햇볕을 받은 일부 식물들은 몸체에서 봄으로 착각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글'사진 권영시 시민기자 kwonysi@hanmail.net
멘토'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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