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쓰레기'는 내 캐릭터…사랑도 직구로 고백해요
꼭 1년 만이다. 다시 만난 그를 이제는 모르는 이가 거의 없다. 예전에는 그를 아는 척 하는 이가 드물었는데, 이제는 그를 대면하는 여성 대부분이 '꺄~'하는 소리부터 낸다. '쓰레기 오빠' 배우 정우(33) 얘기다.
지난해 3월 방송된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방송에 앞서 만났었는데 이제는 전혀 다른 대접을 받고 있는 정우. 정우도 꽤 달라졌을 것 같은데 크게 변한 건 없다. 여전히 유쾌하고 웃기다. 특유의 웃음을 짓고, '힝~'하는 추임새가 낯설지 않다. 장난 잘 치는 그에게서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 오빠'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우는 팬들의 반응이 "신기하다"고 했다. 자신을 쳐다보는 것, 환호해주는 것에 대해 "반은 즐기고 있으면서도, 또 반은 부담감에 어쩔 줄 모르겠다"고 웃는다.
지난 연말을 '응사앓이' 하게 만들었던 '응답하라 1994'는 많은 이들에게 과거 1990년대의 향수를 불러오게 했다. 대학 농구의 붐을 일으켰던 농구대잔치, 당시 '문화대통령' 서태지와 아이들 등을 소재로 신촌 하숙 학생들을 통해 과거 우리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로 어린 학생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웃기고 울리고,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준 '응답하라 1994'는 지상파 방송 부럽지 않은 인기로 케이블 드라마의 한 획을 그었다. 정우와 김성균 등 출연진이 프리 허그 공약을 이행할 수 있었고, 또 그 현장에는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들어 행사 시간이 단축되기도 할 정도였다. 한마디로 '엄청난' 인기였다.
정우는 신원호 PD와 처음 만난 날을 똑똑히 기억했다. "이 드라마가 잘될 것이라는 생각보다 '벅찼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어떤 떨림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 좋아할 만한 사람을 소개받는다는 그런 설렘이라고 할까요?"(웃음)
신 PD가 정우의 출연 영화 '바람'(2009)을 보고 그를 캐스팅한 건 이미 많이 알려졌다. 정우도 이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됐다. 그는 "PD님에게 '바람'을 좋아했다는 말을 직접 듣지는 못했다"며 "나중에 전해 듣고 또 다른 기쁨으로 느꼈고, 감동까지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신 PD님이 언제 어디서 무슨 프로를 하든, 연락이 오면 제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고마워하면서도, "물론 어떤 작품인지 보고 나서 결정을 하겠지만"이라는 조건을 거는 재치를 보였다.
사실 히트했던 '응답하라 1997'에 이은 후속편에 관심은 있었으나 이렇게나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정우, 김성균, 고아라, 도희, 유연석 등이 출연한다는 이야기에 반대하는 이도 꽤 많았다. 특히 고아라와 유연석, 김성균은 이름이 알려졌지만 정우와 도희, 손호준 캐스팅은 모험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들렸다. 그럼에도 신 PD는 강행, 대박을 터트렸다.
정우는 "PD님이 어떤 촉이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내가 '쓰레기' 역에 캐스팅되지 않았더라도 이 드라마는 잘 됐을 것 같다"는 겸손한 말도 했다. 그는 "배우들의 연기력보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PD님의 감각 있는 연출력이 인기의 첫 번째 요소였다"고 짚었다.
쓰레기(정우)와 나정이(고아라), 칠봉이(유연석)의 3각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쓰레기와 나정이가 이뤄져 칠봉이를 응원했던 이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쓰레기, 아니 정우는 어떻게 사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할까.
정우는 "일단 사랑을 떠나 사람을 대할 때 진정성 있게 대하는 게 제일 편하다"며 "나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거짓말하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입이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고 했다. 물론 "살면서 거짓말을 안 할 수 없다. 살기 위한 것일 수도, 선의의 거짓말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될 수 있으면 안 하고, 진실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랑에 대해서는 "돌려 말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며 "직구로 어떤 고백이든 한다"고 덧붙였다.
1년 전 만났던 정우는 "연기가 하고 싶어 미치겠다"고 했었다. 유독 이 말이 기억에 남았다. 지금도 똑같을까. 정우는 "그때는 열정이 앞섰다면 지금은 현명하게 하고 싶다"며 "작품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작품을 하는가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응사'를 만나기 전 1년이 고통스러웠다. 그나마 지금은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그가 차기작을 고민하는 데 신중한 있는 이유다. 이미 다른 출연진은 차기작에 들어갔거나 2, 3개 작품을 하고 있는데, 그는 아직 차기작을 택하지 않고 있다. 조만간 좋은 작품에 출연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우는 예능 프로그램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정우의 절친한 친구인 배우 봉태규는 SBS '정글의 법칙' 촬영차 말레이시아 보르네오를 다녀왔다. 정우도 섭외를 받았을 것 같다고 하자 인정한다. "'정글의 법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섭외 요청이 왔어요. 하지만 전 본능적인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거든요.(웃음) 자는 것, 먹는 것 등에 대해서 민감해요. 자지 않고 먹지 않고는 못 살아요."
정우는 "어떤 예능 프로그램이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사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불편함이 있다. 잘 즐기지 못한다"며 "'택시'같은 경우는 편안했지만, 그 외는 편안하게 한 적이 없다. tvN 파일럿 뮤직 토크쇼 '노래로 응답하라 1994'도 불편했다"고 털어놓았다.
정우는 '응사'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에게 최고의 작품은 영화 '바람'이라고 했다. "대중이 기억하는 건 어떨지 모르겠지만, '바람'은 제가 생각하는 저의 최고 작품이에요."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담은 '바람' 속 주인공 짱구가 본인이었고, 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실화였음을 강조한 정우. 짱구가 자연스럽게 잊히는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남아있는 것처럼, '쓰레기'도 자연스럽게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우는 자신이 "짱구이자, 쓰레기"라며 "두 캐릭터 모두 좋다"고 웃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사진 제공'벨액터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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