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만큼은 세상에서 최고로 키워보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자신의 힘든 세상을 대물려 주지 않으려고 했던 베이비부머 세대라면 누구나 공감을 할 거예요."
어릴 적 품었던 가수의 꿈을 60대 후반 나이에 이루고 앨범까지 낸 베이비부머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달성군 옥포 출신인 배손한(68) 씨다. 한동안 민요에 심취했던 그는 작년에 늦깎이 가요 가수로 데뷔해 지역 무대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생애 첫 앨범인 '부모 마음'을 냈다. 자식을 위해 뼈가 부서져라 일했던 베이비부머들의 고단하고 힘겨운 마음들이 음률 하나하나에 애잔하게 녹아 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부모 마음' 외에 신곡 '너뿐이야'와 기존 가요를 리메이크한 10곡도 수록돼 있다. 그의 노래는 민요와 트로트를 접목해 구성지고 우수 짙은 목소리가 특징이다. 그는 CD 1천 장을 제작해 지인들에게 배포하고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그는 가요가수로 데뷔한 이후 지난해 한국예술인협회 주관 호반트로트가요제에 첫 출연을 했다.
"지금도 교통이 불편한 고향 마을은 저에게 너무 좁은 세상이었어요. 넓은 세상으로 나와 인생을 한번 활짝 펴보고 싶었거든요."
그는 10대의 어린 나이에 무작정 도시로 뛰쳐나왔다. 배움도 돈도 없던 그는 남의 집 허드렛일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지독한 근성은 20대에 가구사업을 일궜고 그 후 벽돌공장, 장비사업, 세탁소 등 숱한 고생을 했다.
그가 노래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8년 전에 대구시 종합복지관 풍물과 민요교실에 참가하면서다. 그는 자택 지하에 연습실을 마련해놓고 북과 민요를 익혔고 공연단을 따라다니며 공연도 했다. 대구경북 1호 민요박사인 배경숙 영남민요연구회 회장에게 7년간 사사도 했고, 2011년 전국국악경연대회 민요부문 입상, 2013년 전국신인전통예술 경연대회 민요부문 입상 경력도 있다. 그는 민요를 배우면서 이런저런 무대에 많이 다니기도 했지만 환경이 여의치 않아 가요로 전향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늦은 나이에 가수로 용기를 낸 만큼 노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고 있다. 동대구역사 자선공연을 비롯해 매월 1, 2회 무의탁노인, 양로원 등 가요봉사를 하고 있다. 또 연예협회가 주관하는 행사에도 자주 출연해 노래를 선사하고 있다.
"한번은 대구의료원에 노래 봉사 갔어요. 휠체어를 탄 환자들이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입으로 흥얼대며 너무 좋아했어요. 노래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느끼고 음악봉사를 더 열심히 하고 있지요."
그는 앞으로 외로운 실버들을 위한 음악봉사에 많이 나설 계획이다. 이달 중순에도 고령 대창양로원에 음악봉사가 예정돼 있다. 그의 다재다능한 끼는 음악에만 있지 않다. 서예에도 조예가 깊고 자택 옥상에 화단을 꾸며 채소와 꽃을 가꾸는 취미도 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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