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코 막은 장관

입력 2014-02-04 11:16:57

공직자에게 있어 '정치 감각'은 지나쳐도 탈이고 모자라도 문제다. 지나칠 경우 눈치가 빠르다거나 공무보다는 잿밥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질 우려가 있다. 정치 감각이 모자라거나 떨어져도 좋은 소리 들을 수 없다. 상황 판단이 느리고 일을 풀어가는 수완이 없다는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튀지 않으면서 은근히 제 할 일 잘 갈무리하는 처신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적어도 공직자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미덕 중 하나다.

3일 언론에 보도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코 막은 장면이 구설에 올랐다. 여수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 현장을 찾아 얼굴을 찡그리고 코를 막은 채 주민과 대면하는 사진이다. 윤 장관은 실무자의 보고와 "잘 대응하라"는 정홍원 총리의 지시를 받고도 하루가 지나서야 현장을 찾으면서 또 자질 시비를 불렀다.

동문서답으로 인사 청문회 때부터 표가 나더니 이제는 꼼짝 않고 몸만 사리는 공직자로 개각 여론이 일 때마다 윤 장관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거론되고 있다. 해양수산 전문가로 일 처리만큼은 당차다는 이유로 공직에 발을 들였지만 그동안 한 번도 여론의 호감을 산 적이 없다. 적임자라는 평판은커녕 늘 위태하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런 마당에 "보고받은 것보다 심각한 것 같다" "독감 때문에 코를 막았다"는 그의 해명에 국민은 매우 답답하고 언짢다.

물론 사고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하지만 일이 크든 작든 사태가 확산되지 않도록 잘 조정하고 혼란을 수습하는 것이 장관의 처사(處事)이자 책무다. 별것 아닌 일에 가볍게 처신하는 것도 꼴불견이지만 주무장관으로서 만사를 제쳐 놓고라도 현장에 가보는 게 순서 아닌가. 민심은 그가 현장에서 어떻게 사태를 기민하게 수습하고 능력을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현장에 있다는 제스처만으로도 일정 부분 평가한다. 도무지 정치 감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는 인상을 계속 준다면 장관 개인으로서도 불행이지만 내각에도 큰 짐이다.

일찍이 해월 최시형 선생은 바른 태도로 대인접물(待人接物)하라고 일렀다. 상대가 누구든 태도가 바르지 못하면 이미 도가 아니라는 가르침이다. 스스로 잘못을 책하고 자신을 잘 살피면 일이 틀어져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공직자가 처사에 서툴면 자리만 위태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어지러워지는 것이 정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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