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광장] 대구지하철 참사 11주기와 교훈

입력 2014-02-04 11:23:05

18일이면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지 11주기가 된다. 192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었고 148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대형 참사였다. 지하철 사고로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사고로 기록되었다. 당시 애도와 성금, 자원봉사 등으로 온 국민은 슬픔을 함께 나누었다. 해외 동포들도 동참했다. 참사 이후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을 되풀이하지 말자며 외치기도 했고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며 안전한 대구의 지하철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었다.

필자는 대구지하철 참사 다큐멘터리(메모리즈)를 제작한 감독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참사와 관련된 수년 동안의 기록과 취재를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안전한 대구지하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난 참사가 일어난 원인과 결과에 대하여 철저하고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참사 당시 대구시는 그해 8월에 있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등으로 조기 수습의 의지가 강해 사고 발생 후 24시간도 채 지나기 전에 부분 운행을 감행했고 이 와중에 현장 보존의 원칙은 무시되었다. 참사 초기부터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대구시와 관계 당국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참사의 원인은 다양했었다. 중요한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첫째, 방화가 시작된 안심행 1079호에서 화재가 났을 때 맞은편에서 오던 대곡행 1080호가 중앙로로 진입을 했으며 1080호가 진입하면서 거센 바람을 일으켜 불이 옮겨 붙었다. 사망자 192명 중 190명이 맞은편에서 왔던 1080호에서 발생했다. 둘째, 건너편 1080호 전동차에 쉽게 화재가 번진 이유는 전동차의 불량 내장재가 하나의 큰 원인이었고 이로 인해 유독가스 발생으로 인한 사망 및 부상자가 대다수였다. 셋째, 지상으로 탈출하는 방화 셔터 조기 차단 및 유독가스의 검은 연기로 인해 지상으로 통하는 대피로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 세 가지 중요 조건에서 하나만 피해갔더라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지만 운명의 신(神)은 우리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했다.

아울러 냉철한 시각과 과학적 검증을 통해서 보도해야 할 언론들은 속보를 이유로 수사 당국에서 발표한 자료를 그대로 '받아쓰기' 식으로 보도함으로써 참사 원인의 실체에 다가가는 데 한계를 보였다. 특히 언론은 기관사가 마스콘 키(Master Controller Key)를 뽑아서 탈출했다는 경찰의 발표를 그대로 보도해 국민의 비난 여론이 기관사를 향했다. 그리고 참사 10개월여 후 몇몇 언론에서 마스콘 키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 수 있다며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의문을 제기했지만 이미 기관사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내려진 상태였다. 물론 기관사나 사령실의 과실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언론의 섣부른 판단이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는 데 초점을 흐리게 했을 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판단도 흐리게 만들었다.

대구지하철 참사는 후진적 사고였으며 사고 수습 또한 후진적이었다. 대형 사고가 일어나면 한결같이 인재(人災)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자고 말만 할 뿐이다. 안전은 계몽의 대상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해서 실행해야 하는 실천의 문제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 늘 그렇지 못하다.

반면 일본 국립소방연구소는 참사 직후 조사팀을 대구에 파견했으며 지하철 화재 시 생존법을 체험할 수 있는 가상 체험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또한 도쿄도(都)소방청은 17명의 소방 안전 전문가에게 의뢰해 1년여 동안의 연구 끝에 '대구지하철 사고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보고서를 토대로 도쿄도는 역사 화재 피난로를 양방향으로 만들고, 승강장 매점 구조물은 불연재(不燃材)로 바꾸도록 화재 예방 조례를 만들었다. 참사의 모든 고통은 우리가 겪고 교훈은 남의 나라에서 얻는 꼴이 되었다.

참사 이후 지난 10년 동안 추모공원조차 조성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10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멀어졌고, 잊거나 혹은 덮은 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192명의 희생자가 '그날' 우리에게 전해준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올해 하반기 대구에서는 '기관사가 없어도 안전 요원이 있어 더욱 안전하다'는 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이 개통된다.

현종문/대구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film21c@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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