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행복편지]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입력 2014-02-04 07:39:15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 폐막식에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훌륭한 개최국의 역할에 대한민국 언론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하고 기자회견 중에 한국 기자들에게 우선 질문권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시 한번 말했습니다. 영어 때문에 주저하여 질문을 못 한다면 통역을 통해서라도 한국 기자에게 질문을 먼저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 기자들 사이에서는 적막이 흘렀습니다.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주 난감한 시간이 지나고 한국 기자들이 질문하지 않자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CCTV 기자로부터 첫 번째 질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교육방송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이 장면을 보고 2009년 12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안면골절 심포지엄에 참석했을 때의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심포지엄이 끝나고 세계적인 권위자가 안면골절 엑스레이(X-ray)를 보여주면서 수술 방법 및 수술 후 관리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는 도중에 이제 처음 수술을 시작하는 외국의 전공의가 계속 질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당연하고 쉬운 내용을 질문하고 있었지만, 이 분야의 권위자는 싫은 내색도 하지 않고 자세히 설명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 아깝게 왜 저런 질문에 대해서 답변을 다 해주나'하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외국 사람들이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세계적인 대가에게 서슴없이 질문하는 것에 대해 놀랐지요. 우리나라에서 그런 질문을 한다면 쓸데없는 질문을 한다고 혼나기도 하고, 흐름을 방해해서 동료에게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쉬운 질문을 하면 나의 부족함이 나타나서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질문에 대한 제 경험을 얘기해 볼까 합니다. 고등학교 시험기간에 친구가 수학 문제를 질문하자 참 귀찮고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그런데 그 문제는 어제 분명히 풀어본 것인데 막상 다시 풀려니 풀리지 않아 난감했습니다. 친구가 질문한 수학 문제는 제가 알고 있다고 착각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아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다고 착각한 것을 친구에게 설명하려고 하니 깨닫게 된 것이지요. 그것을 20년 뒤에 들어보니 '메타인지'라고 하더군요. 이렇듯 질문을 하면 질문자와 답변자 모두에게 좋은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질문자와 답변자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질문을 우리는 왜 하지 않게 되었을까요? 저는 예전에 읽었던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outliers)라는 책에서 조심스럽게 답을 찾아봅니다. 이 책에는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 사고에 대한 자세한 얘기가 나옵니다. 저자는 기상 상태가 좋지 않은 비행에서 기장이 보지 못한 부분을 부기장과 기관사가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수직적인 관계에서 나오는 의사소통 부재로 비행기가 추락했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만약 수평적인 관계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이 있었다면 부기장이 조종권을 넘겨받고 조종간을 당겨 충돌하지 않고 재착륙을 시도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있었음을 사후 조사를 통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부기장은 기장이 명백히 잘못하고 있으면 조종권을 넘겨받으라고 훈련을 받았지만, 그것은 교실에서 배우는 내용일 뿐이고 권위적인 상하관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은 엄연히 달랐던 셈이지요.

우리가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항상 비교하는 유대인 부모들은 질문과 토론을 챙긴다고 합니다. 그들은 말없이 듣기만 하는 습관을 극도로 경계하며 '궁금한 건 언제든지 질문하라'고 격려합니다. 절대로 질문을 귀찮아하지 않고 아이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윽박지르지도 않는다는군요. 유대인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스웨이'(sway)의 저자 롬 브래프먼은 탈무드 식 자녀 교육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오늘은 선생님께 무슨 질문을 했니?" 학교에서 돌아올 때마다 엄마가 물어보셨기 때문에 궁금한 것이 없는 날에도 일부러 궁금한 점을 만들어내야 했다.'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아이에게 '무엇을 배웠니?'가 아니라 '무슨 질문 했니?'라고 물어봐야겠습니다.

홍용택/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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