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학? '어떤 경력'이 더 중요"

입력 2014-02-03 10:40:04

대기업 인사담당자 '지방대 홀대' 천만의 말씀!

"대기업 인사담당자에게 '지방대 출신이냐'는 구분은 의미가 없습니다. 기업의 인재상에 적합한 젊은이들은 특정 지역이나 학교에 몰려 있지 않고, 기업 성장에 꼭 필요한 인재가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 채용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장기불황에다 기업들의 투자위축으로 대학생들의 취업문이 좁다. 특히 지방대 출신의 대기업 취업문은 더 좁다. 지방대생들이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일까?

대기업 인사담당자들로부터 '지방대 출신 입사지원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확인해 봤다. 국내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지방대 출신은 사투리를 사용하는 지원자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LG전자 인사담당자는 "면접장에서 해당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신만의 강점을 조리 있게 설명하고 자신만의 강점을 키우기 위해 어떻게 경력관리를 해왔는지 또박또박 설명할 수 있는 인재라면 출신 대학은 묻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또 다른 대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입사전형 과정에서는 지원자들의 '자질'과 '잠재력'을 주로 살펴보기 때문에 수도권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한 인사담당자는 사회 일부에서 제기하는 지방대 출신 홀대 주장에 대해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는 일은 과거에도 쉽지 않은 일이었고 지금도 어려운 일이며, 앞으로도 딱히 정답을 구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맹목적으로 지방대 출신을 배제하는 기업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지방대 출신'이라고 범주화할 만한 공통된 특징이 없는 사람들에게 천편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일은 인사담당자의 직무태만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지방대 출신은 서류전형도 통과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일까?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담당자는 "대학 정원에서 지방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입사지원자 가운데 지방대 출신 탈락자가 더 많은 이유는 자명하다"며 "유감스럽게도 기업은 실력 있는 인재를 뽑을 뿐 지역 및 출신대학 안배는 고려사항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또 다른 인사담당자는 좀 더 적나라한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대기업 취업은 지방대 출신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학 출신 지원자들에게도 어려운 일"이라며 "전형 탈락자 가운데 수도권 출신은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얘기하고 지방대 출신은 '지방대 홀대'를 말하는 것도 한 요인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LG전자 인사담당자는 LG전자의 경우 사업본부별로 채용이 이뤄지고 있는데 각 본부의 주력사업장이 지역에 소재하는 경우가 많아 지방대 출신 지원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삼성그룹 역시 지방대 출신 지원자의 채용비율이 전체의 35%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특히 이들 두 기업의 경우 이공계 출신 인력에 한해서는 지방대 출신 입사지원자에 대한 불이익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인사담당자들은 출신 대학과 상관없이 지원자들이 면접관들에게 '회사에서 조금만 더 교육을 받으면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맞는 경력을 집중적으로 키워 온 과정을 착실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일관성 없는 이른바 나열식 스펙쌓기는 취업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대기업 취업의 필수조건으로 여겨지고 있는 '어학연수'에 대해서는 가장 쓸모없는 스펙이라고 평가했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영어공인성적만 보유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 인사담당자는 "궁극적으로 어느 대학에서 공부했느냐보다 자신의 진로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했느냐가 입사전형의 당락을 가르게 될 것"이라며 "기업은 지방대 출신이라는 피해의식에 빠져 있는 젊은이보다 자신감 있게 도전하는 지원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출신 대학을 막론하고 인문계 출신 대졸 입사지원자의 취업난이 이공계 출신에 비해 훨씬 심각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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