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대구특구, 지역경제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입력 2014-02-03 08:27:43

필자는 지난달 대구연구개발특구 지정 3주년 기념 포럼에 초청되어 특별강연을 했다. 10년 전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조성될 무렵 대전시 요청으로 특구비전에 대해 강연을 했던 필자로서는 만감이 교차했다. 두 도시 간 거리는 KTX로 1시간도 채 안 되는데, 특구조성에 있어서는 대구가 10년이나 뒤처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특구가 대덕특구를 반면교사로 삼아 혁신적 모델을 가지고 역동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면 후발주자로서의 위기를 도리어 기회로 변화시킬 수 있다.

정부는 9년 전부터 실험실 연구결과가 사장(死藏)되지 않고 바로 기업에 의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활용되며, 그렇게 벌어들인 수익이 다시 연구개발로 재투자되는 선순환을 촉진하기 위해 '연구개발특구'라는 이름의 혁신 클러스터를 지정해 왔다. 2005년 대덕, 2011년 대구와 광주, 2012년 부산이 특구로 지정되었다.

클러스터에는 통상 3개의 구성 주체가 있다. 대학 '연구소 같은 비전 제시자, 대기업 같은 시스템 통합자, 벤처 및 중소기업 같은 전문공급자가 바로 그들이다. 대덕특구나 미국 샌디에이고 바이오클러스터는 연구소나 대학이 클러스터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전형적 연구소'대학 주도형 클러스터이다. 반면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프랑스의 소피아-앙티폴리스 사이언스파크는 3개 주체가 함께 핵심 역할을 하며 세계적 혁신 클러스터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대구특구는 어떤 클러스터를 지향해야 할까? 특구 내에는 디지스트(DGIST) 등 8개 대학이 있고, 정부출연 및 기업연구소 200여 개가 있다. 또한 대경권에는 10인 이상의 제조업체가 7천800여 개나 있다. 이런 지역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비전제시자와 전문공급자가 주도하는 새로운 유형의 혁신 클러스터, 일명 '비슬밸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필자는 제안한다.

대구특구, '비슬밸리'가 세계적 클러스터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발전 전략이 필요할까? 첫째, 혁신생태계 조성이 급선무이다. 이를 위해 비전제시자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 특허, 경영, 자금 등을 총체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지원해주는 원스톱 토털서비스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아울러 수준 높은 교육, 의료, 문화시설 등을 겸비한 정주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 기술출자기업을 활성화하여야 한다. 대학, 연구소의 기술과 기업자금 및 경영 노하우가 융합된 새로운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대덕특구에서 수많은 교수와 연구원에 의한 창업이 지리멸렬(支離滅裂)해진 경험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실패는 바로 기업 경험이 전무한 연구자들이 경영에 무모하게 뛰어든 데서 비롯됐다. 이런 이유로 디지스트에서는 연구자의 직접 창업보다는 기술출자기업 형태의 기술사업화를 장려하여 현재까지 6개의 기술출자기업을 출범시켰다. 기술출자기업을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비즈니스를 연결해주는 전문성을 갖춘 기술이전사무소(TLO)나 기술이전회사(TTC)가 특구 내에 있어야 한다. 이스라엘이 노벨상을 10명이나 배출한 기초과학 강국이면서 동시에 EU 전체 국가보다 많은 나스닥상장 벤처기업을 보유한 벤처창업국가인 이유는 '예다'나 '이솜'같은 전문 기술이전회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철저히 글로벌화를 지향하여야 한다. 이제 대기업이건 벤처기업이건 세계적 경쟁력이 없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인력 및 기술 확보, 시장개척에서 우리나라를 뛰어넘는 과감한 글로벌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특히, 외국인과 외국기업이 특구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관용적 문화 및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올해로 8년째 국민소득 2만달러 덫에 걸려 있다, 특히, 대구는 지난 4반 세기 동안 지속적 경제하락으로 전국 GRDP 중 겨우 3%만 차지하는 수준으로 전락했고, 1인당 GRDP는 전국 평균 60% 수준으로 20년째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무쪼록 대구특구가 과감한 혁신 전략으로 '비슬밸리'를 이른 기간 내에 실현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신성철 DGIST 초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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