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3세 여아 통학차량에 치여 숨져

입력 2014-01-30 09:17:04

보호자 동승 의무화 '세림이법 통과' 한달도 안돼…

설 명절을 앞두고 잠깐의 안전 불감증이 어린이집에 가려던 20개월 된 유아의 생명을 앗아갔다.

어린이 통학차량의 경찰서 신고 의무화와 보호자 동승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일명 세림이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한 달도 안된 시점이다.

29일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27일 오전 9시 10분쯤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정모(45'여) 씨가 몰던 어린이 통학차량(12인승 승합차량)이 앞서 가던 윤모(3) 양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윤 양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밤 12시 30분쯤 끝내 숨졌다.

경찰 조사결과, 윤 양은 정 씨가 부원장으로 있는 어린이집의 원생으로 밝혀졌다. 윤 양은 정 씨가 몰던 통학차량에서 내려 어린이집으로 걸어가던 중 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정 씨는 차에서 내린 원생들이 모두 이동했다고 착각, 다음 원생들을 태우기 위해 차를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학차량이 도착하자 어린이집에 있던 교사가 나와서 아이들을 인솔했지만 한 살짜리 아이를 안고 어린이집으로 먼저 들어간 탓에 미처 윤 양까지는 챙기지 못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사고가 난 어린이집은 부원장 정 씨를 비롯해 근무자가 3명인 비교적 영세한 곳으로, 어린이 통학차량에 필히 동승해야할 탑승보조자도 태우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교통법상 어린이집 통학차량 운전자는 적법한 보호자를 동승해야 하며, 어린이가 내렸을 때 안전한 장소에 도착했는지를 확인하고 다음 목적지로 출발해야 한다.

경찰은 현재 사고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CCTV나 차량 블랙박스 영상 확보에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 씨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죄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확인 결과 정 씨는 사고 차량의 보험특약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경우 정 씨가 피해자 부모들과 개인적으로 배상 합의를 해야한다"고 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국회를 통과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어린이 통학 등에 이용되는 9인승 이상 모든 자동차는 안전기준 등 조건을 갖춰 경찰서에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되는 모든 어린이 통학버스에는 보호자가 동승토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지난해 3월 충북 청주에서 통학차량에 치여 숨진 김세림(3) 양의 안타까운 사고 이후 논의가 시작돼 일명 '세림이법'으로 불린다.

통학차량 교통사고로 어린이들이 숨지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대구 수성구 만촌1동에서 박모(6) 군이 태권도장의 12인승 승합차량에 깔려 숨졌고, 같은 해 2월에는 경남 창원에서 강모(7) 군이 태권도장 통학차량에 옷이 끼여 끌려가다 주차된 차에 머리를 다쳐 숨졌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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