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설 연휴가 시작됐다. 그러나 도회지에서 고향을 찾는 귀향객의 발걸음이나, 고향에서 이들을 맞이하는 부모 형제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 올 설은 우선 서해안 철새 벨트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창궐로 대구'경북지역 방역체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혹여 인근에서 AI가 발생할 때 당국은 신속한 방역으로 이를 조기 진화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며, 대규모의 인구 이동이 사태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도록 지역민 모두가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서민들의 살림살이야 늘 팍팍했지만, 올 설을 앞두고 터진 사상 유례없는 개인 신용정보 유출 파문과 신흥국들의 경제위기 파장은 설 민심을 더욱 흉흉하게 만든다. 그래도 고향 가는 길은 설레는 여정이고, 명실 공히 청마의 해로 바뀌는 데 대한 기대가 없을 수 없다. 특히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6'4 지방선거는 변화와 재도약을 열망하는 민심 표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이 이번 지방선거의 풍향계나 다를 바 없을 설 민심의 향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구는 김범일 시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모처럼 선거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시민들은 이번 선거야말로 대구가 침체된 분위기를 벗어던지고 변혁을 통한 활기찬 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 적임자를 선출하는 방식을 둘러싸고 완전 개방형 오픈 프라이머리가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중앙당과 청와대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현실이다. 이번만큼은 시장을 시민의 손으로 뽑고 싶은 게 대구의 민심임을 간파해야 한다.
경북도청 이전을 앞둔 경북도지사 선거 또한 주요 관심사이다. 도민들이 안정적인 발전을 택할지, 웅도 경북의 새 시대 출범에 따른 변화의 리더십을 원하는지 잘 살펴야 할 것이다. 당리당략과 정쟁에 매몰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라는 국민적 여론과 대통령의 공약은 도외시한 채 지방의원 증원에는 손을 덥석 잡은 정치권에 민심이 어떤 심판을 내릴지 두고 볼 일이다. '민심은 물과 같아, 배를 잘 가게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남명 조식 선생의 '민암부'를 잘 되새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