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양의 Food 다이어리] 흑돼지'고기국수'몸국'갈치조림…제주의 별미들

입력 2014-01-29 14:07:59

지난주 제주도에 겨울 바다를 보러 다녀왔다.

제주공항에 내리면 육지와 다른 섬나라의 기운과 냄새가 나의 몸을 향해 다가온다. 대학교 시절 처음 와본 제주의 그 감동이 자꾸만 사라져 가는 것 같아서 조금 씁쓸하다. 살짝 실망스러운 그 기분도 잠시, 대구보다 조금 더 진한 나뭇잎의 초록색들, 겨울인데도 아직 푸른 들판, 아담하게 둥근 크고 작은 오름들, 제주도의 싱싱한 기운 쪽으로 힐링 포인트를 잡아서 나의 시선을 움직여 본다.

필자를 일본, 서울, 부산에 이어 또 제주도에 놀러 간 팔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연수 프로그램에 특강 초청을 받아서 일하러 다녀온 것인데, 일하면서도 즐길 수 있는 포인트를 잡으면 행복한 출장이 된다. 특히 '식도락'이라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겐 평소 생활하는 지역을 벗어나야 하는 장거리의 출장 일도 힘들지 않을까 하는 염려보다 여행길에 오른다는 설레는 마음이 더 많은 것이다.

제주도에는 참 많은 특산물과 별미 음식이 있다.

귤, 한라봉의 종류도 엄청나다. 제주산 갈치, 고사리, 톳, 성게알에다 두말하면 잔소리인 제주 흑돼지까지, 제주도는 식도락가의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별미천국이다.

먼저 흑돼지부터 살펴보자. 제주돼지 오겹살을 숯불로 바비큐 구이를 해서, 멜젓이라고 불리는 멸치젓에 고춧가루, 소주를 넣고 묽게 양념을 한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멸치젓 냄새가 조금 진하지만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매력적인 맛이다. 제주 흑돼지로 만든 김치찌개도 참 맛있다. 김칫국물을 머금고 푹 끓인 제주돼지고기는 육질이 부드럽고, 구수한 맛이 난다.

제주도에서 돼지고기랑 고사리를 함께 드셔 보신 적 있으신지요.

간을 연하게 하여 무쳐낸 고사리나물을 돼지고기와 함께 놓고 구워 먹는다. 삼겹살과 그의 짝꿍 김치처럼 은근히 잘 어울린다. 매콤하게 두루치기 양념을 한 고추장 돼지불고기에 고사리나물을 같이 곁들인다. 돼지고기의 육즙과 고춧가루의 양념이 밴 고사리나물은 질리지도 않고 계속 입속으로 들어간다.

제주 돼지 요리의 별미 중 별미는 몸국이다. 제주의 가장 서민적인 솔 푸드이다. 돼지고기, 돼지 내장 등을 넣고 푹 고아낸 돼지국밥 스타일의 진한 국물에 모자반을 넣는다. 우리의 입맛에는 다소 맞지 않는 듯 느껴지는 밍밍한 맛이지만, 가만히 음미해보면 제주 바다와 제주도 섬을 닮은 깊은맛이 난다.

제주 고기 국수도 빼놓을 수 없다. 돼지 수육에 소면이 들어간 고기 국수는 제주에서는 한 번쯤 꼭 맛봐야 할 음식이다.

여기에 바다의 진미가 더해진다. 오징어구이보다 더 맛있는 갈치구이, 빨간 양념의 갈치조림은 침샘을 자극한다. 육지에서 먹는 퍼석한 맛과는 사뭇 다르다. 참기름에 발라 구워 윤기가 흐르는 담백한 옥돔구이 한점에 입가에서는 미소가 퍼지고, 차진 다금바리회 한 점과 바다 내음 품은 성게미역국에 속이 확 풀린다. 꼬들꼬들한 식감의 뿔소라회에서는 뱃고동 소리가 들린다. 오분자기 돌솥밥은 피부미용에 최고의 보약이다. 오분자기가 듬뿍 들어간 심심한 된장 뚝배기에, 자리돔으로 만든 잘 익은 자리젓이 반찬 구성에서 빠지면 섭섭하다.

제주도의 별미 간식으로는 오메기떡이 먼저 꼽힌다. 팥앙금을 속에 넣고 차조가루를 익반죽하여 다시 달지 않은 통팥고물을 묻힌다. 아기 주먹만 한 크기이다. 차조에서 시원한 솔향이 은은히 나는 것 같다. 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먹어봐야 할 최고의 떡이다.

여기에 좁쌀 막걸리, 제주 보리빵도 리스트 업이다.

제주도 특산 별미 음식은 아니지만, 신세대 식도락 여행객들에게 화자가 되고 있는 콩가루 아이스크림, 빅버거, 제주산 커피를 보태어 본다.

푸드 블로그 '모모짱의 맛있는 하루' 운영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