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백일장] 우리가족 이야기-병실에서 이상형 만나 결혼

입력 2014-01-29 13:50:00

몇 번 만나다 헤어진 친구 오빠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때 한 번만 병문안 와달라는 친구의 부탁에 못 이겨 병문안을 갔다가 한 병실에 누워 있던 친구 오빠의 직장선배인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절친한 두 사람은 함께 술을 마시고 어깨동무를 하고 오는데 음주운전 트럭이 인도로 덮쳐 두 사람이 함께 입원하게 되었다고 했다.

21살, 첫눈이 내리던 날 병실문을 들어서는 순간 그가 환하게 웃으며 내 이름을 불렀다. 함께 입원한 친구 오빠에게 하도 이야기를 많이 들어 딱 보니 알아보겠다며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었다. 팔다리가 길고 웃는 모습이 멋진 나의 이상형이었다. 일주일 후 크리스마스 이브,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자며 친구와 함께 병원에 와 달라고. 난 딱 잘라 거절했다. 병원에 있던 몇 달 동안 친구 오빠에게서 10여 통 넘게 편지가 왔지만 그 편지는 내 마음을 더 굳게 닫아버렸다. 몇 달 후 그가 퇴원한다며 꼭 할 말이 있으니 한 번만 만나자고 부탁하여 못이긴 척 나갔다. 그는 이제껏 팔이 불편했던 친구 오빠 대신 자신이 모든 편지를 적어 준 것이라고 말하며 꿈쩍도 않는 내가 고마웠다며 "우리 한번 사귀어봅시다"라고 말했다.

그 후 3년의 연애 끝에 "나로 인하여 눈물 흘리게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고백을 믿고 양가 부모님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다.

어느새 결혼 25주년, 우린 두 아들의 엄마 아빠가 되었다. "서로서로 땡 잡았네"라고 인정하며 지금도 웃을 수 있으니 우리의 결혼은 분명 운명인가 보다.

김진란(대구 북구 관음동로)

◆'우리 가족 이야기' 코너에 '나의 결혼이야기'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스럽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 결혼 과정과 결혼 후의 재미난 사연을 기다립니다.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채장희(대구 달서구 송현7길) 님입니다.

◆응모요령

▷지상 백일장:시·시조·수필·일기 등. 수필·일기는 200자 원고지 4, 5장 분량.

▷우리 가족 이야기:원고지 4, 5장 분량. 사진 포함.

▷보내실 곳: weekend@msnet.co.kr 또는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700-715) 매일신문사 독자카페 담당자 앞. 문의 053)251-1784. ※2014년부터는 새로운 도로명주소로 기재해 주십시오. '우리 가족 이야기'에 선정되신 분과 '지상 백일장' 코너 중 1명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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