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대구시장 선거는 한국과 괌의 축구 대표팀 경기처럼 너무 일방적이어서 재미없었다. 괌은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가 162위로 그나마 많이 올랐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공동 최하위인 201위를 기록했다. 괌 축구는 당연히 '동네북' 같은 처지여서 2007년 19세 이하 아시아선수권대회 때 한국에 0대 28대로 처참하면서도 기록적인 패배를 당했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 16세 이하 청소년선수권 대회 예선 역시 한국에 0대 13으로 유리 깨지듯이 무너졌다.
대구시장 선거의 여당 후보들이 한국 대표팀이라면 야권 후보들은 괌 대표팀 격이었다. 여당 텃밭인 대구에서 여당 깃발만 꽂으면 국회의원에 당선됐듯이 대구시장 선거 역시 여당 후보로 나서면 당선이 보장됐다. 여당 공천을 따내는 일이 어렵지, 야당 후보와의 대결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 야당은 인물난에 시달려 번듯한 후보를 내지도 못했고 야권 후보들은 여권의 기세에 눌려 지레 포기하다시피 했다. 선거 판세가 이처럼 한쪽으로 기울다 보니 후보 자질에 대한 검증도 허술했다.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6'4 지방선거는 양상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여당 프리미엄'이 여전히 유효하지만, 김범일 현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여권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고 맞은편에는 야당 중진인 김부겸 전 의원이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여권 후보가 누가 되든 대구시장 선거에서 거의 처음으로 중량감 있는 후보가 나설 것으로 보이는 야권을 쉽게 이길 것 같지는 않다.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가칭 '새정치신당'에서 독자 후보를 낼 수도 있어 야권 연대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셈법은 더 복잡해지게 된다.
이러한 사정을 살핀다면 6월 대구시장 선거가 과거와 달리 흥행 면에서 나아지리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가 가장 흥미로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벌써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장 선거가 관심을 끌기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오랜 경제 침체에 시달린 대구가 미래로의 도약을 앞두고 갈림길에 선 시점에서 새 시장을 뽑는 일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새 시장은 무엇보다 위기의 대구를 한 단계 이상 발전시킬 수 있는 지도력과 지역 공직 사회와 경제계 등을 조화롭게 이끌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대구처럼 규모가 큰 도시를 살리는 일은 쉽지가 않다. 지역 사정에 밝고 복잡다기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국제 감각이 필요하며 지역 사회의 신망도 얻어야 한다. 문희갑, 조해녕, 김범일 등 대구의 역대 민선 시장들이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다고는 할 수 없다. 전임 시장들처럼 관료 출신인 김 시장은 눈에 띄는 치적이 많이 없어 시민들의 인기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막상 불출마를 선언하자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다. 김 시장이 인기 없는 정책의 표본인 시 재정 적자를 줄이는 데 역점을 뒀고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해 성공적으로 치렀으며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및 조성, 대구 테크노파크 발전 등 미래 도약의 터전을 마련한 점을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 시장에 대한 평가가 시간이 흐를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여권 후보 중 김 시장을 뛰어넘을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애초에 김 시장을 끝으로 이제는 관료 출신이 아닌 인물이 시장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현재 시장 선거에 뛰어든 권영진, 배영식, 이재만, 조원진, 주성영(가나다순) 등 5명의 여권 후보들은 전'현직 의원, 관료 출신 전직 의원, 구청장 출신이라는 배경을 갖고 있다. 정치인들이 대부분으로 이들 중 누가 시장으로서 역량을 제대로 갖췄을지 아직 두드러지지는 않고 있다. 대구시장 선거 출마를 정치적 재기나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는 의구심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인물이 수혈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경선의 흥미를 넘어서서 후보들은 왜 자신이 대구시장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좀 더 진지하고 설득력 있게 답해야 한다. 자신의 자질과 역량을 철저히 점검받고 펼쳐놓아야 한다. 그것이 우선이고 선거의 흥미는 덤이다. 여'야 대결이 팽팽해진다면 후보 검증도 더 혹독해질 것이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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