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을 담는데, 당연히 품질은 최고죠."
'주고 싶은 기념품, 갖고 싶은 기념품'을 내세워 친환경 원목 소품을 만드는 늘품공방. 대구 동구 동대구노숙인쉼터 건물에 지난해 8월 문을 연 이 공방은 한때 등 붙일 곳 없어 이곳저곳을 떠돌던 노숙인들이 일하는 곳이다.
원목 소품을 만드는 4명의 직원은 이제 이 쉼터에서 생활하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하는 즐거움'은 이들을 부지런한 '개미'로 만들었다.
28일 오후 찾은 공방은 몹시 바빴다. 뭉뚝한 나무가 김수두(55) 씨의 손길이 닿자 선명한 나뭇결이 살아나면서 고급스러운 펜대로 변신했다. 방황의 끝자락에서 만난 쉼터. 그는 6개월째 공방에서 목재를 다듬었고, 이제는 단순한 자활을 넘어 '목재 펜 명인'이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해수욕장 관리, 배추 도매 등을 하며 한때 '사장님' 소리를 들었다는 김 씨는 "지금껏 여러 일을 해봤지만 나무와 씨름해 멋진 작품을 빚어내는 일만큼 재미있는 일은 없다"며 "2년 뒤엔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명인 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다.
공방은 2년 전쯤 동대구노숙인쉼터 김동옥 소장과 현재 공방 대표로 있는 임정만 씨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노숙인들의 자활 의지는 강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어요. 거리미화, 산불감시 등의 공공근로나 건설현장 일용직이 전부다 보니 연속성도 없고 기술 습득도 어려웠어요."
고민을 거듭한 김 소장과 임 대표는 안정적으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보자는 데 합의했다.
공방은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처음엔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성실하게 일을 배워갔다. 과거 '한데'서 잠을 자며 사람들의 멸시 섞인 시선을 받았던 아픈 기억은 그들을 더욱 집중시켰고, 노력 끝에 성과를 얻었을 땐 자부심도 생겨났다.
임 대표는 "적은 월급에도 얼굴을 찌푸리는 직원이 없다. 주문이 밀리면 야근을 해야 하지만 직원들은 의욕이 넘친다. 정성이 듬뿍 담긴 제품은 당연히 품질도 최고다"고 했다.
이곳에서 만든 제품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제는 '독도'다. 이곳을 둘러보면 아리랑이 흘러나오는 오르골(뮤직박스) 등 한국적 이야기가 담긴 상품들이 가득하다. 주는 사람, 받는 사람이 모두 만족하는 명품 기념물을 만들자는 의지는 특색 있는 상품들로 탄생하고 있다.
변변한 수입은 없지만 공방의 임 대표와 직원들은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 언젠가는 청와대 기념품이 돼 각국의 외국사절 등에게 가치 있고 영원히 간직하고픈 아름다운 선물이 되길 바라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www.ddghope.co.kr)을 통해 판로를 넓히고 있는 임 대표는 "우리 공방이 성공해야 많은 노숙인이 희망을 품을 수 있다"며 "노숙인 자활사업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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