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편을 잃은 강선미(가명'30) 씨는 장례를 포함한 이별 절차를 거의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는데 고인의 페이스북을 봤더니 사망 소식을 모르고 있는 지인들이 생일축하 메시지나 안부 글을 남기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강 씨는 "계정을 삭제하려고 해봤지만 한두 개도 아니고 너무 과정이 복잡해 디지털 장례 서비스를 하는 업체를 소개받아 고인의 온라인 기록을 일괄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남긴 게시물이나 카페 가입 등에 제공된 개인 정보를 지워 주는 디지털 콘텐츠 관리 서비스 및 가족과 떨어져 사는 남편들을 위한 음식 배달 사업 등이 올해 유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통계청이 최근 사회'경제 관련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기존 기업과 예비 창업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유망 산업 분야와 새로운 소비자를 꼽은 '2014년 블루슈머' 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는 수요는 늘고 있지만 경쟁이 과열되지 않은 6가지 시장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블루슈머(Bluesumer)는 경쟁자가 없는 새로운 시장을 뜻하는 블루오션(Blue Ocea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다.
◆과거 지우개족
최근 신용카드사 개인 정보 유출 사태와 같이 개인 정보 침해의 문제는 기업과 개인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하지만 개인이 인터넷에서 자신의 흔적을 모두 지우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오래된 게시글을 관리해 주는 '디지털세탁소'는 선진국에 이어 우리나라에도 등장해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국내의 관련업체인 S사, M사 등은 고액의 수임료를 받고 연예인, 기업인, 정치인뿐만 아니라 신혼부부, 취업 준비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불쾌한 게시글을 관리해 주고 있다.
사망한 고인들의 인터넷 흔적을 지워주거나 관리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일종의 '디지털 장례식'인 셈이다.
◆스몰웨딩족
일본은 경제적 문제로 결혼식 대신 혼인신고만 한 채 사는 '나시혼 부부'가 신혼부부의 약 4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추세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결혼비용의 거품을 빼기 위해 실속형 웨딩문화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하객 초청을 최소화하고 교회의 정원이나 집에서 결혼식을 치르기도 하고 주례 없는 간소한 결혼식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작은 웨딩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도 등장했다.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을 묶은 합리적인 가격의 패키지 상품도 예비부부들에게 인기다.
특히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젊은 예비부부들에게 전통적인 허니문 여행 상품은 별로 인기가 없다. 이에 따라 많은 여행사들이 '자유 허니문 여행'이라는 이름의 실속 여행 상품을 내놓고 있다.
주택 구입 또는 전셋집 마련 비용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 작은 규모의 신혼집을 마련하는데 이런 작은 집을 개조하는 신혼집 인테리어업도 유망한 사업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접으면 공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폴딩베드(Folding Bed)와 벽걸이 세탁기 등 공간 절약형 가구, 가전제품도 인기를 얻고 있다.
◆'꽃보다 누나'
임지연(가명'47) 씨는 "지난해 외동딸이 대학에 진학한 후 시간이 많아져 비슷한 상황인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며 "친구들이 미시족 같은 몸매와 외모를 가꾸는 데 과감히 투자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지만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가치형 소비가 마케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중심에 '루비족'(RUBY) 또는 '골드퀸'(Gold Queen)으로 불리는 40~50세 여성들이 있다. 이들은 평범하고 전통적인 아줌마이기를 거부하고 아름다움과 젊음을 위해서는 과감히 투자한다.
패션 쪽의 경우 최근 출시된 4050 여성 전용 바지 브랜드의 경우 45세를 전후로 허리나 복부 사이즈가 늘어나는 여성들의 체형 변화를 반영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와 함께 건강기능식품 소비의 40%를 4050 여성이 차지했고 갱년기 증상 완화 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등 건강'미용 분야의 소비도 늘고 있다.
◆견우와 직녀
직장 등의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아야 하는 남편들에게 가장 먼저 부닥치게 되는 문제는 안정적인 주거 환경이다. 생활비가 이중으로 들기 때문에 큰 주거공간 대신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얻어서 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모든 생활가전'가구가 구비된 소형 주거 형태인 '코쿤 하우스'(Cocoon House)가 주목받고 있다.
가사에 서툰 혼자 사는 남편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생활가전도 인기를 얻고 있다. 가전업체 L사의 '트롬 스타일러'는 양복, 니트 등 입을 때마다 세탁하기에 번거로운 의류를 항상 새 옷처럼 관리해주는 의류관리기로 혼자 사는 남성들이 선호하는 제품이다. 혼자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남편을 위해 국과 반찬을 배달해주는 사업도 성행할 것으로 보인다.
떨어져 있는 가족들의 일상,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수시로 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와이파이(Wi-fi) 기능이 탑재되어 사진을 무선으로 전송받을 수 있는 디지털 액자, 홈 CCTV 등의 감성형 가전제품도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반려족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천만 명을 넘으면서 관련 시장 규모도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펫산업협회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2010년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펫비즈니스 시장은 4조~5조원 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3년 8월 애완동물 관련 업종의 전체 카드 사용액은 총 831억9천만원으로 전달보다 12.1%,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는 20.9%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 서초구'구로구'강서구에서 BC카드의 애완동물업종 카드 매출액은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모두 혼자 사는 여성이 많거나 홀몸노인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용품과 서비스가 점점 더 차별화, 고급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천편일률적이었던 건조사료, 깡통사료 대신 고급 유기농 간식과 수제 특화 간식이 등장하는가 하면 애완견을 위한 건강식품도 있다. 수십만원이나 하는 의류와 침구가 인기를 끌고 반려동물의 건강을 염려하는 친환경 목재가구와 애완견 전용 고급 유모차도 수입되어 판매 중이다. 반려동물 사망 후 장례 서비스, 애완견 TV 등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배려 소비자
미국의 트렌드 분석 연구기관인 '트렌드와칭'은 지난해 말 소비자들의 성향을 분석해 '죄책감을 덜 느끼는' 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공익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리활동을 하는 사회적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2013년 12월까지 고용노동부로부터 인증받은 사회적기업은 1천12개이며, 2007년 7월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시행된 이후 6년 만에 1천 개를 돌파했다. 사회적기업은 환경, 보건, 문화, 교육,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차별화된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으며 사회적기업 생존율은 일반 기업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에는 사회적기업의 마케팅 및 홍보를 돕는 사회적기업도 등장했으며, 대기업의 지원 및 연계 마케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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