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공간 '문화'가 되다
공간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쓰임새가 확 달라진다. 특히 옛 공간은 활용하기에 따라 낡고 오래된 폐허가 될 수도,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해내는 창조적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지자체들은 낡은 공장이나 터널, 철도역사, 채석장, 창고 등 낡은 산업유산에 현대적 색채를 입혀 훌륭한 산업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폐공간을 활용한 산업관광은 주로 예술 창작과 전시, 공연, 체험, 판매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산업유산의 원형을 보존함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채로운 공간으로 활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창작과 전시를 한 곳에서, 인천 아트플랫폼
인천시 중구 해안동에 자리 잡은 아트플랫폼은 근대 개항기 건물이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한 사례다. 이 일대는 과거 인천항의 물류가 집중되던 곳이었다. 부두 창고와 무역 및 해운 관련 기업과 사옥이 밀집해 있었다. 그러나 인천항 주변의 구도심이 쇠퇴하면서 일대 건물도 흉물로 전락했다.
인천시는 2003년부터 도심 재생산업의 일환으로 옛 공간 활용에 나섰다. 8천450㎡ 부지에 일본우선주식회사 건물을 중심으로 1930~1940년대 건립된 대한통운 창고와 삼우인쇄소, 슈퍼마켓, 교회 등을 개조해 창작스튜디오와 공방, 자료관, 교육관, 전시장 등을 갖췄다. 일부 건물은 옛 형태로 새로 짓기도 했다. 쇠락해가는 도심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문화와 예술의 향기로 살려냈다.
2009년 아트플랫폼의 주된 목적은 예술가들에게 일정기간 안정적이고 편리한 창작 공간을 지원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이다. 시각, 공연, 문예창작 분야를 아우르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예술가들은 3~12개월 머물며 창작 활동을 한다. 창작물은 오픈 스튜디오와 쇼케이스, 전시, 공연 등 다양한 형태로 발표된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입주 예술가와 지역 예술가들은 어린이'청소년 예술 교육 프로그램과 학교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문화예술 매개인력 양성을 위한 인턴십과 자원봉사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시민들이 직접 예술을 감상하고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트플랫폼을 운영하는 인천문화재단은 입주작가들은 물론 현대 예술을 이끄는 동시대 작가들의 포트폴리오와 관계자료를 자료화 목록화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아트플랫폼은 창작뿐만 아니라 전시 및 공연장의 기능도 확대하고 있다. 매년 입주 작가들의 종합 전시를 열며 소규모 공연장에서는 작품 발표의 기회도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연극, 춤, 발레, 마임, 타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무대 예술 분야의 12개 팀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아트플랫폼을 찾는 관람객들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곳 관람객 수는 2010년 10만1천607명에서 2011년 36만5천 명으로 크게 늘었고, 2012년에는 4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38만700여 명이 찾았다. 올해부터는 '아트구락부' 사업을 통해 공간의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인근의 옛 도심 공간 전체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확대한다는 것.
우선 아트플랫폼 인근의 역사'문화공간들과 근대 건축물의 위치와 소개를 담은 지도를 제작했다. 아트플랫폼 입주작가들이 입주 기간이 끝난 후에도 인근에 작업실이나 공방을 차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천문화재단 심현주 프로듀서는 "옛 도심 공간을 레지던스 공간이자 전시장으로 창작과 발표가 모두 가능한 공간으로 변신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금 보물 창고, 신안 소금박물관
10일 오후 전남 신안군 증도 소금박물관. 한무리의 관람객들이 박물관으로 들어섰다. 친목 모임으로 단체관광에 나선 이들은 소금의 역사와 화약 원료, 염색, 도자기, 염장 등 다양한 용도, 소금의 문화, 천일염전, 증도의 역사 등이 전시된 박물관을 천천히 둘러봤다. 천일염을 만들 때 쓰는 다양한 도구와 모형으로 제작된 천일염 생산 과정을 눈여겨보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옛날 건물을 그대로 살려 다양한 소금의 변천사를 전시한 점이 이채롭다"고 입을 모았다.
2007년 문을 연 소금박물관은 1953년 염전 조성 시 건립된 석조소금창고(근대문화유산 제361호)를 원형 그대로 박물관으로 개조했다. 염전의 결정지 토판에서 레일을 깔아 창고 내부까지 운반했으며 소금을 출고하기 전에 간수를 제거하던 적재 및 보관 창고였다. 이후 자재창고로 이용되다가 2007년 7월 소금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염전인 태평염전에서 운영한다. 전증도와 후증도 두 곳으로 나뉜 섬을 연결하는 제방을 짓고 염전을 형성하고 있으며, 넓은 염전밭과 창고, 부속시설 등이 길게 늘어서 있다. 주변에는 자연생태의 생물권을 그대로 보전하고 있는 60여 동의 소금창고와 저수지 등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은 염전 체험이다. 염전에서 결정화된 소금을 대판으로 밀어보고 1㎏ 포대에 담아가는 방식이다.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소금을 생산하는 4~10월까지 체험이 가능하다. 이곳 방문객은 2012년 7만 명, 지난해 8만 명 등 해마다 늘고 있다. 4~6월에는 소금밭에서 자라는 염생식물인 삐삐 꽃 축제도 열린다.
방문형 관광지에서 체류형 관광지로 변신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비수기와 성수기의 방문객 수가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소금박물관 옆에는 캠핑카 10여 대를 갖추고 '천일염 힐링캠프'를 조성했다. 소금밭 한가운데에서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캠핑장이다. 태평염전과 공정여행 사회적기업인 트래블러스맵이 협력, 운영하는 이곳은 자원이용과 오폐수처리, 이동수단 등 다양한 측면에서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인 친환경 캠핑장이다. 캠핑장 앞에는 다양한 염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야외 식물원도 조성돼 있다.
소금박물관 인근에는 소금동굴 힐링센터와 레스토랑도 조성했다. 소금동굴힐링센터는 천일염으로 만든 인공 소금동굴이다. 동굴의 내부 온도는 20~23도가 유지되며 지속적으로 미세한 소금입자를 호흡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소금박물관 최슬기 학예사는 "소금동굴은 호흡기 질환의 치료와 심리 안정에 도움을 준다"며 "증도갯벌축제와 전망대, 자전거 대여, 소금길 등 다양한 관광자원과 연계해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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