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문화부 발령을 받은 때가 10여 년 전이다. 그리고 최근 다시 문화부 기자로 일을 하게 됐다. 문화부로 돌아와서 느낀 개인적 소회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인걸은 의구한데 산천은 간 데 없다'로 표현할 수 있다. 그동안 대구 문화 지형은 참 많이 바뀌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다. 대구문화재단이 출범했고 지역 미술인들의 염원이었던 대구미술관도 개관했다. 또 반대 여론이 있었지만 대구오페라재단도 설립됐다. 최근에는 지역 공연계 숙원 사업이었던 대구시민회관이 리모델링을 마치고 화려한 축하공연을 가졌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대구의 문화 인프라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인적 쇄신에는 아쉬움이 많다. 대구 문화계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10여 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에 따라 특정 자리에 선임된 인물을 두고 벌어지는 자질 논란이 예나 지금이나 되풀이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명패만 바뀔 뿐 사람은 바뀌지 않는 대구 문화계 풍토를 두고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그렇게 사람이 없나' '문화 권력이 존재한다'는 등의 조롱 섞인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물론 지역 문화계를 이끌어 가는 인사들 가운데 능력과 식견을 갖춘 사람도 있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자리 욕심을 부리는 경우다. 세대교체는 매우 중요하다. 세대교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다. 전통적으로 쇼트트랙은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메달밭이었다. 하지만 여자 쇼트트랙은 지난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노 골드 수모를 겪었다. 원인은 바로 세대교체 실패였다.
마찬가지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구 문화도 정체될 수밖에 없다. 참신한 인물을 찾기 어려운 것은 사람을 키우지 않는 지역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또 지역 문화계를 의식해 과감한 인재 등용을 하지 못하는 대구시의 잘못도 있다. 인물난이라는 꼬인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우선 대구 문화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선배들은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자리에 연연하게 만든다. 시간이 되면 자리를 내려놓을 줄 아는 선배들이 많이 나와야 사람을 키우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대구시는 소통의 통로를 넓혀 인재풀을 확장해야 한다. 지난해 말 단행된 삼성전자 임원 인사에서 외국인 승진자는 12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인재풀을 외국으로 확장하지 않았다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대구의 재정 상태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하지만 대구시는 문화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오패라재단을 만들었고 뮤지컬축제도 열고 있다. 대구의 재정 여력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투자를 하고도 빛을 보지 못하면 그만큼 억울한 일은 없다. 대구 문화계가 보다 역동적인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그것이 선진 인프라에 맞게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