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칸막이로 나눈 공간 "일하면서 쉬기도 하죠"
영남대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정수미술대전'경상북도미술대전'전라남도미술대전 심사위원, 대구시미술대전 초대작가'성산미술대전 초대작가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을 비롯해 루미나리에갤러리, 코엑스 인도양홀, 동원화랑, 대백프라자 갤러리, 송아당화랑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또 2012 화랑미술제, 부산국제아트페어 특별전, 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 대구미술의 조망전, GIGE 2012 중국국제 화랑 박람회, 대구'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 교류전, 한'중 당대 대화전 등에도 참가했다.
작가와 작업실은 동전의 양면 같은 존재다. 겉으로 드러난 작가의 모습이 동전의 앞면이라면 작업실은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동전의 뒷면에 해당한다. 그래서 작업실에는 자연스럽게 작가의 취향이 배어 있다. 서양화가 김윤종 작가의 작업실을 보면 이 말이 잘 들어맞는다. 작업실 분위기와 작품 이미지가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김 작가의 작업실은 정갈했다. 기본적으로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는 까닭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작업실이 용도에 따라 구획 정리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업실은 그림을 그리는 공간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공간, 작품 등을 보관하는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어 군더더기가 없어 보인다. 여기에 파란 하늘을 가득 머금은 작품들이 더해져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난해 5월 두류동에서 범어동(대구여고 인근)으로 작업실을 옮긴 김 작가는 작업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나무 칸막이를 설치해 작업실을 나누었다. 그랬더니 공간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냉'난방비까지 절약하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했다.
차를 마시는 공간은 작은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소품에서 200호 대작까지 벽면 가득 걸려 있는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김 작가의 개인전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또 한쪽에는 그동안 열었던 전시회 도록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어 김 작가의 작품 경향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짚신, 인두 등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고풍스러운 물품으로 인테리어를 한 감각도 돋보인다.
그림을 그리는 공간은 작업 중인 작품으로 둘러싸여 있어 작품 활동에 대한 작가의 열정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특히 사용한 지 10년이 넘었다는 팔레트에는 가장자리를 따라 물감이 화석처럼 쌓여 있다. 습관적으로 팔레트를 청소해도 미처 지워지지 않았던 물감 흔적이 켜켜이 쌓여 굳어진 것들이다. 두툼하게 쌓인 물감은 김 작가의 노력과 시간을 자양분 삼아 조금씩 키를 키운 셈이다.
김 작가는 지금까지 작업실을 수십 번 옮겼다. 너무 많아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는 작업실 이전 횟수로 따지면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중에서 단연 으뜸이라고 했다. 김 작가의 고향은 영양이다. 그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대구로 왔다. 처음 6개월 동안 자취 생활을 했지만 1학년 여름 방학부터 집 대신 작업실을 얻어 아예 숙식까지 해결했다. 작업실에서 먹고 자고 그림을 그리는 생활은 결혼 전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작업실을 수시로 옮겨 다녔고 대구시내 곳곳에 '작업실의 추억'을 여운처럼 남겼다.
오랫동안 김 작가에게 작업실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공간이 아니라 생활공간이었다. 그가 작업실을 용도에 맞게 나눈 것도 작업실을 생활터전으로 삼아온 오랜 습관이 남긴 산물이다. 또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범어동으로 작업실을 옮긴 이유도 작업실을 생활공간(집) 가까이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작업을 하다 보면 늘 시간이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서 길거리에 버리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어 집 근처에 작업실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여느 작가보다 작업실에 얽힌 사연이 많다 보니 작업실은 김 작가에게 애증(?)의 산실이 됐다. 작업실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며 치열하게 그림을 그리는 생활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작업실에 가지 않으면 불안해졌다고 했다. 볼일이 있어 작업실에 들르지 않은 날은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적이 된다는 것. 스케치 여행으로 며칠간 작업실을 비우면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습관처럼 작업실을 찾는다. 잠시라도 작업실에 들러야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김 작가는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했다. 그는 "작업실은 제가 추구하는 최우선 가치를 실현하는 공간이자 그림에 발목이 잡힌 제 삶의 원형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특별히 정리정돈을 잘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필요한 물건은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제자리에 두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좀처럼 작업실을 비우지 못하는 김 작가의 강박관념은 작가가 있어야 하는 제자리는 작업실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김 작가가 하늘을 그리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한때 풍경화를 그렸다. 물 좋고 산 좋은 고향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화폭에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현대화라는 이름 아래 제방이 쌓이고 콘크리트 다리가 놓이면서 순수했던 고향 산천은 원래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원초적 자연에 대한 그리움은 김 작가를 하늘로 인도했다. 그는 인간이 유일하게 손대지 못하는 자연은 하늘이라는 생각에 2000년대 들어 하늘을 그리기 시작했다.
김 작가의 작품은 구도상 하늘과 대지의 비율이 맞지 않다. 땅은 왜소하게 표현되어 있는 반면 하늘은 화면 가득 그려져 있다. 이는 하늘의 위대한 기운을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비틀기를 한 결과다. 그가 100호 이상 대작을 많이 그리는 이유도 웅장한 하늘의 느낌을 잘 살리기 위해서다. 게다가 그가 그린 하늘은 유난히 파랗다. 구름은 솜털처럼 뽀송뽀송하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가득 머금고 있는 그의 작품 '하늘 보기'는 청정 자연이 주는 밝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 인간이 범할 수 없는 하늘이라는 존재의 의도적 부각은 자연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무의식의 발로이자 항변으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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