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손길이 그리워요" 노인복지시설 썰렁한 명절

입력 2014-01-28 07:40:04

방문 개인·단체 갈수록 줄어

설을 앞두고 대구 중구 한 홀몸 어르신 집을 방문한 노인복지센터 직원이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설을 앞두고 대구 중구 한 홀몸 어르신 집을 방문한 노인복지센터 직원이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시 운경재단 시지노인병원이 운영하는 재가노인지원센터. 이곳 어르신들은 이번 설 전후로 외부 손님이 잇따라 찾아온다는 소식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설 직전엔 인근 어린이집 아이들이 찾아와 재롱 잔치를 열고 다음 달 초엔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지역본부 사내 밴드 공연과 달성군 실용음악학원 어린이들의 밸리댄스 및 방송댄스 공연이 각각 잡혀 있다. 특히 어린이 재롱잔치는 어르신들에게 손녀, 손자를 떠올리게 해 더욱 반갑다.

이들의 방문은 이곳 어르신들에게 자식들의 빈자리를 채워준다. 한 할머니는 "지난해 행사 때 정말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며 "손자뻘 되는 어린이들이 재롱부리니 손자 생각도 났다"고 말했다. 한 할아버지는 "다 늙어빠진 늙은이 좋은 구경시켜줘서 고맙지"라며 "자식들보다 낫다"고 했다.

명절만 되면 노인복지시설엔 라면이나 김, 떡국 떡, 도시락 등 기증품 전달이 잇따르지만 정작 찾아오는 개인'단체는 적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예전에는 개인'단체가 찾아와 어르신들과 놀아주고 공연도 하면서 외로움을 달래줬지만 최근에는 기증품만 들어올 뿐 찾아오는 경우가 별로 없다.

실제 확인 결과 삼덕노인복지센터, 대구중부노인복지센터 등 상당수 노인복지시설에 예약된 외부 방문은 한 건도 없었다.

서진숙(72'여) 할머니는 "기증품도 필요하고 고맙지만 외부에서 찾아와 이야기를 들어주고 손을 잡아주는 것이 더 좋다"며 "지난해에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는데 올해도 그럴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명절 때 어르신들이 사람들과의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등 노인 복지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가노인지원센터 정진아 팀장은 "어르신들이 예전에는 '뭐 먹을 것 없나'고 물어봤지만 요즘은 '요즘은 왜 사람들이 안 찾나'고 물어본다"며 "예전엔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컸지만 지금은 가족 해체와 함께 노인들이 느끼는 정서적 박탈감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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