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청소년 학술대회 최우수논문상 수상작들

입력 2014-01-28 07:48:07

고교생 논문왕은 뭘 썼지?

제2회 대구경북 청소년 학술대회가 24, 25일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대구경북 최우수논문상 수상자들 모습.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제공
제2회 대구경북 청소년 학술대회가 24, 25일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대구경북 최우수논문상 수상자들 모습.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제공

'과제연구'(R&E: Research & Education)는 학생들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조사, 연구 활동 후 보고서나 논문을 쓰는 프로그램이다. 지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희망 진로, 전공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쌓고 논리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고교 현장에서 이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일찌감치 도입했던 곳은 특수목적고와 자율형 사립고. 최근에는 이 프로그램의 교육적 효과에 주목한 일부 일반고도 가세하고 있다. 매일신문사가 대구시교육청, 경북도교육청과 함께 마련한 대구경북 청소년 학술대회도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4, 25일 열린 2회 대회에서 발표된 논문 103편 가운데 최우수논문상, 최우수 포스터 논문상을 받은 대구'경북 고교생들의 논문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성광고 박성현, 이정, 이호준, 조영록, 곽찬우 학생의 'TV 사극 드라마가 청소년의 역사인식에 끼치는 영향'='뿌리깊은 나무에 대한 사실, 허구 판단을 중심으로'라는 부제로 작성한 논문이다. '뿌리깊은 나무'는 조선 세종대왕 시절의 정치적 환경, 한글 창제 과정 등을 그린 드라마. TV 사극 중 큰 인기를 끈 작품이 적지 않았으나 적지 않은 사극이 역사를 왜곡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논문을 쓴 학생들은 사극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역사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기 위해 성광고 학생 2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분석 결과를 내놨다. 절반에 가까운 학생이 사극을 즐겨 본다고 답한 가운데 특정 사극 속 장면들이 허구라고 제대로 답한 비율은 6회 이상 시청한 학생이 더 높았다고 밝혔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인간의 발성 구조를 알기 위해 세종대왕이 시체를 해부하는 장면이 역사적으로 허구라고 정확히 답한 학생은 6회 이상 시청한 경우가 52%였지만 6회 미만 시청자는 37%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들은 역사 학자들이 TV 사극에서 왜곡된 부분만 제대로 짚어준다면 청소년들이 역사에 흥미와 관심을 갖도록 하는 데 TV 사극은 상당히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달서고 이수민, 이정훈, 김소담, 황혜선 학생의 '욕설을 사용하는 고등학생들에 대한 사회 심리적 접근'=이들은 청소년들이 일상생활에서 지나치게 욕설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점에 주목, 연구를 시작했다. 달서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욕을 하는 이유를 비롯해 주변의 각 대상에게 욕설을 사용하고 들었을 때 어떻게 느끼는지, 청소년의 욕설 사용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해 청소년의 욕설 사용 문화를 들여다봤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달서고 학생들이 욕설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상은 친구(84.4%)였고, 친구에게 욕설을 사용하는 이유로는 '친근감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47.2%로 가장 많았다. 친구에겐 욕을 사용해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는 응답도 46.4%나 됐다.

논문을 쓴 학생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청소년들이 욕설을 사용하는 것은 '공격성이나 분노의 표출' '타인에 대한 비난이나 깔보기' '언어폭력' '스트레스 표출' 등이라기보다 친근감을 표시하는 언어적 상징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청소년들이 교우 관계를 형성할 때 욕을 대신해 결속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신고 권대현, 권오진, 김형준, 이용선 학생의 '수학적 모형을 이용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의 수리적 분석 및 치료 방안 고찰'=에이즈(AIDS)는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병한다. 현재 완벽한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고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이용해 HIV의 활동을 억제, 면역력을 유지시키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네 학생은 HIV의 감염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이를 수학적 모델로 치환해 HIV 감염 양상에 대해 탐구했다.

이번 논문은 HIV 감염에 대한 생물학적 조사와 수리적 분석을 바탕으로 HIV 감염과 관련된 네 가지 상태(state)를 정의하고, 상태 간의 상호작용을 미분 방정식으로 나타내 HIV 감염에서의 평형점(equilibrium)을 찾았다. 또한 MATLAB 프로그램을 통해 이를 시각적으로 확인했다. 이에 따라 'Cytotoxic T cell'이 감염된 'CD4+T cell'을 좀 더 빨리 제거할 수 있는 촉진제나 'CD4+T cell'에 의한 'Cytotoxic T cell' 생산 비율을 늘리는 약제를 개발해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HIV 감염을 억제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건고 허성재, 권우진, 김희재, 남우진 학생의 '리튬 이차 전지용 양극재료 LiCoO2의 합성과 분석 및 미래방향 제시'=이 연구는 스마트폰 배터리와 친환경적인 전기자동차의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이차전지의 용량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학생들은 고상법, 분무열분해법, 습식침전법 등 세 가지 방법으로 LiCoO2를 합성해 비교했다. 온도와 몰 비율을 달리했을 때 예상과 달리 실험 결과에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층상 구조 입자를 비교했을 때 가장 작은 나노 입자를 얻었고, 코인 셀(Coin Cell)에 충전과 방전을 여러 번 반복해 전기적 성능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가장 뛰어난 사이클 특성을 보인 것은 분무열분해법을 통해 합성한 LiCoO2였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분무열분해법으로 합성한 LiCoO2의 성능이 가장 우수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하지만 분무열분해법은 다른 두 가지 방법에 비해 합성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들어 현재까지 상용화되지 못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분무열분해법의 경제성을 극대화시킬 방법을 찾고, 양극 재료를 더욱 나노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면 고성능 전지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영남고 홍준용, 허태혁, 이태훈, 곽동호 학생의 '대구광역시 차세대 대중교통 시스템 도입을 위한 방안 탐구'=네 학생은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중심으로'라는 부제로 연구 보고서를 작성, 포스터 논문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이들은 다소 경제적 이익이 적더라도 차세대 대중교통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도시 이미지를 높이고 교통 수요 변화에도 적극 대처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간선급행버스체계 도입의 타당성을 검토했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시 또한 2007년 연구 용역을 통해 간선급행버스체계 도입을 고려한 적이 있었지만 타당성이 낮다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당시 용역의 전제조건이 시내 모든 도로, 전 시간대에 걸쳐 중앙차로제를 접목해 이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혼잡한 도로, 일부 시간대에만 간선 급행버스체계를 운영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라면 사업 타당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버스 요금 등 유형의 이익만 수익으로 간주할 게 아니라 시민들의 만족도 향상, 생활의 질 향상, 도시 이미지 개선 등 무형의 이익까지 고려한다면 사업 타당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