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 어디서든 출구는 있다는 것. 조금, 아주 조금만 발을 내디디면 문득 길이 열린다는 것.(중략) 문턱을 한꺼번에 넘기는 어렵지만 하나씩 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대개는 단번에 정상에 도달하려 하기 때문에 단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는 법이다.(고미숙의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중에서)
초'중등 교육과정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라면 대학 교육을 담당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학 교육도 한 개인이 걸어가는 교육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대학 교육이 우리 교육의 전부도 아니며, 대학 교육에 의해 초'중등 교육과정이 결정되어서도 안 된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과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우리 교육의 비극이다.
대학이란 곳은 가능성을 지닌 인재를 받아 제대로 된 인재를 만들어내는 곳이 되어야 한다. 당연히 초'중등 교육에 대해 깊이 이해한 뒤 초'중등 교육과정에 충실한 학생들 중에서 자신의 요구에 맞는 인재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대학은 끊임없이 초'중등 교육과 접속해야 한다. 대학이 기침을 하면 초'중등 교육은 독감에 걸린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수학능력시험에서 고득점을 한 학생이 대학에서의 성공까지 보장받을까? 대학을 졸업하면 성공적인 사회인으로 100% 성장할까? 쉽지 않을 게다. 1990년대까지는 어느 정도 가능했을지 모르나, 다원화된 2000년대에서는 인재의 기준도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에 목을 매고 있는 한 초'중등 교육에서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는 것은 정말 어렵다. 사교육이 노리는 바도 바로 그 지점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었다. 논술 광풍 속에서 한꺼번에 모든 걸 바꾸기는 어렵다는 점을 깨달은 것도 좋은 경험이 되었다. 입시의 변화로 바로 흔들리는 정책보다는 어떤 변화가 있어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했다. 한꺼번에 넘기보다는 하나씩 넘어보기로 했다. 언제 어디서든 출구가 있다는 걸 믿었다.
출구는 의외로 빨리 다가왔다. 그것이 바로 책 쓰기 프로젝트였다. '학생 저자 10만 양성'이라는 구호를 내세웠지만 선언적인 의미였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진행해나갈 것이며, 그것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전략은 두 방향으로 진행했다. 하나는 2005년부터 이루어진 독서교육의 성과를 계승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꿈'과 '행복'이라는 새로운 비전이었다.
아침독서 10분 운동, 삶을 위한 글쓰기 정책으로 실천했던 독서교육에 대한 열기를 책 쓰기 프로젝트로 계승했다. 읽기에서 쓰기로의 변화, 짧은 글쓰기에서 긴 글쓰기로의 승화,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사진이나 만화, 동화, 소설 등 다양한 장르로의 확산이 아이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나아가 내신이나 수학능력시험 점수로 꿈을 결정했던 악순환을 벗어나 개개인의 꿈을 찾고 그것을 통해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비전을 책 쓰기 프로젝트에 담았다.
먼저 모임을 확대했다. 논술지원단 선생님들 중 몇 명을 책쓰기지원단으로 분리하면서 초등학교 선생님까지 포함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초등 교육과 중등 교육의 거리만큼이나 선생님들 사이의 거리도 멀었다. 일단 통합하기보다는 서로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리했다. 나아가 지원단 선생님의 범위도 제한하지 않았다. 이른바 '느슨한 연대'라는 기준을 활용했다. 지시보다는 함께 걸어가는 즐거움,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시했다.
나부터 책 쓰기를 실천했고, 그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아마도 내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간들. 많은 선생님을 만났고, 서로 질문을 함께 하면서 오히려 공감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길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해답보다는 질문을 공유하는 그것이 바로 길이었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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