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비울때마다, 성전이 세워집니다"…소화성당 모금운동 화제

입력 2014-01-25 08:00:00

"신자들이 성전 건립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뛰는지 고맙기만 해요. 지역 주민들이 작은 정성으로 커피 한 병씩 사주세요."

대구 대명3동에 자리 잡은 '도심 속의 시골 성당'으로 알려진 소화성당. 이진호(안토니오) 주임 신부의 얼굴은 요즘 밝기만 하다. 신자들이 모두 올해 1월부터 낡은 본당 건물을 새로 건립하겠다는 열정적 각오로 기금 모금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신부는 작년 6월부터 성전 건립 착안을 했지만 모금 마련을 위한 뚜렷한 이슈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더치커피를 제조생산하는 신자 이인옥(하야친타) 자매의 도움으로 급물살을 탔다. 이 자매는 성당의 열악한 재정으로는 본당 건립이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특허받은 더치커피를 원가로 성당에 기부하기로 한 것. 성당에서 판매하는 더치커피 수익금은 모두 본당 건립 기금으로 사용된다. 소화성당은 1972년에 세워져 올해 42주년을 맞았다. 건물이 오래돼 성당 천장이 조금씩 내려앉고 성당 내부의 성모상 쪽에는 빗물까지 새 작년과 올해 4천여만원을 들여 임시방편으로 보수를 한 실정이다. 또 성당 바깥 화장실 가는 마당은 경사가 심해 사고가 잦고 주차 공간도 좁아 신자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기도 하다.

"이번 기금모금운동이 신자들의 결속과 화목을 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신자들 각자 신앙 쇄신을 통해 마음의 성전부터 짓고 그다음에 반듯한 본당을 건립해야겠죠."

신자들은 본당 건립을 위해 120여 명이 4개조 10팀으로 나눠 매주 다른 성당의 신자나 시민을 대상으로 커피 판매에 나서고 있다. 사목위원, 총회장, 사회복지위원장 등이 주축이다. 월성성당, 범어성당, 구미 신평성당, 포항 효자성당, 김천 평화성당 신년교례회에 방문해 수백만원의 기금을 마련했다. 또 대구대교구 사회복지회 신년교례회에도 참석해 조환길 대구대교구장, 신부, 신자 등 750여 명을 대상으로 커피 홍보 판매를 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에 근무 중인 박동은 총회장은 설 명절 선물로 커피 300병을 주문받았다. 또 성당 신협에서도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구입한 커피는 대구 시내는 신자들이 직접 배달하고 타 지역은 택배로 발송하고 있다.

"처음에 커피 홍보를 목적으로 나갔는데 신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어요. 지금은 대구'경북 일부 지역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전국 성당으로 활동을 넓혀 나갈 예정입니다."

소화성당 주변에는 대부분 영세민들이 거주하고 노인들이 많다. 이 신부는 새 성당이 건립되면 탁아소, 공부방, 경로당, 문화시설 등을 갖춰 어려운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며 도울 생각이다. 이 신부는 대구대교구 청소년수련원장, 병원사목팀장 등을 거쳐 2012년 8월 소화성당 신부로 부임했다. 더치커피 500㎖ 2만5천원, 320㎖ 1만2천원, 35㎖ 2천원. 문의 053)743-3884, 010-9587-6452.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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