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순철 동국문화재硏 조사연구실장 발굴 회고

입력 2014-01-25 07: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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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역사·고고학자들 한걸음에 현장 달려와 '발굴 경사' 지켜봐

경부고속도로를 지나가다 보이는 대구 동서변지구는 대구 역사의 한 장인 신석기 시대가 존재했음을 알려주는 장소이다. 지금 이곳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지만, 과거에는 팔공산에서 흘러내려 오는 동화천이 금호강과 합류하는 강변지대로 드넓은 평야였다.

발굴조사 결과 이곳에서는 신석기 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의 각종 집 자리와 무덤, 그리고 논 등이 조사되었다. 하지만, 조사단원들의 눈을 붙든 유물은 금빛 찬란한 유물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사용하던 살림살이인 그릇, 즉 흙으로 만든 토기였다. 토기들은 신석기~청동기시대까지 흘렀던 작은 개울가에 만들어진 모래밭 위에 여러 가지 돌을 깔아 놓은 것으로 '돌무지' 또는 '집석유구'(集石遺構)라고 부르는 시설 위에서 눕혀진 채 발견되었다.

그 모습은 바닥이 뾰족하고 표면에 가는 빗금이 그려진 토기였다. 즉 당시 이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신석기시대의 빗살무늬토기가 처음으로 눈앞에 드러난 것이었다. 그리고 청동기 시대의 8호 주거지 바닥 아래에서도 신석기시대의 집 자리(17호)가 발견되고 그 안에서도 빗살무늬토기가 연달아 발견되면서, 이곳 서변동 유적은 그 시원이 신석기 시대까지 올라감을 알게 되었다. 모두 이 결과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동안 대구시의 역사에서 빈 공간으로 남아있던 신석기 시대가 지금 막 눈앞에 출현한 것이었다.

토기가 발견될 당시 영남문화재연구원의 이백규 원장과 경북대학교의 주보돈'이희준'배근홍 교수는 "대구지역에서 처음으로 분명한 신석기 시대의 유적과 유물이 발견되었다"고 연신 감탄하며 기뻐했다. 추운 겨울에 유물이 상하지 않도록 매일 아침저녁으로 토기 위를 두꺼운 천으로 덮고 열고 말리면서 관리했던 조사단의 수고를 잊게 하는 말이었다.

당시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신석기 시대 토기 조각을 찾고 대구에 신석기 시대가 존재했음을 보고했지만, 대구의 신석기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여러 유물이 한 곳에서 발견된 점은 조사단 전체를 흥분시켰다. 이 소식은 당시 문희갑 대구시장에게도 보고돼 '대구의 선사시대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한 열기는 추운 겨울이 지나고 이듬해 3월에 열린 현장설명회에 영남지역 고고학 연구자들 대부분이 참가하면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차순철 동국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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