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피해될 '미·일 동맹' 결코 없어…이런 논의 자체가 한국에는 이익"
"우리(미국)는 한'미 동맹을 가치 있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과도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양 동맹국 모두와 동맹 관계를 개선'강화 시키고 더 심화시키고 싶다. 미'일 동맹이 강화된다고 해서 한국과의 관계에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방위 능력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미일 동맹의 차원이지 한국이나, 한'일 관계에 해가 될 만한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허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이런 논의는 한국에 혜택이 될 것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왜곡된 역사 인식으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데도 미국이 미일 동맹을 통해 일본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한국에 성 김(53) 주한 미국대사가 밝힌 미국의 입장이다.
2011년 11월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한 김 대사는 한미 수교 129년 역사상 최초의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다.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가족과 함께 이민을 가서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한 미 대사관에서 두 차례 근무한 적이 있고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미 국무부 한국과장과 6자회담 차석 대표, 대북특사 등의 경력을 쌓으면서 대북 문제 전문가로 활동한 바 있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8월 임기가 마무리되는 김 대사의 후임 인선에 착수한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그는 이와 관련, "아직은 모른다"며 조금 더 한국에 머물고 싶다는 속내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김 대사는 북한 급변 사태와 관련해서 "현재 긴밀하고 지속적으로 (북한 내부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한미 간 긴밀한 조율과 소통으로 강력한 연합 억지력을 유지한다면 북한에 어떠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솔직하고 진지한 의지를 가지지 않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진전은 없을 것"이라며 '선(先)비핵화' 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김 대사와 매일신문, 부산일보, 경인일보 등 전국 9개 지역 대표 신문으로 구성된 '한국지방신문협회'와의 공동 인터뷰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미국대사관저에서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그는 한미 간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로 답변했다. 주한 미국대사가 지방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 수교 이후 최초의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 일한 지 2년 2개월이 지났다.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부임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가 출생한 이 나라에 주한 미국대사로 왔다는 사실이 기쁘고 신나는 일이다. 이 특별한 느낌 때문에 한미 양국의 관계를 개선하고 강화시키기 위해 더욱더 열심히 노력했다."
-부임 이후 가장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누구였나, 그동안의 한국 생활은 어떤가.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오랜 비행 시간 동안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생각했다. 살아 계셨다면 주한 미국대사로 이 자리에 돌아온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아마 공항에서 기쁘게 맞아 주셨을 것이다. 중요하고 바쁜 자리지만 지금까지 14번 정도 서울 바깥 지역으로 출장을 다녔고, 앞으로도 지방 방문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가족과도 지방의 여러 명소들을 돌아봤고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한미 관계가 더 공고해졌다고 보는데 미국의 입장은.
"지난해 한미 동맹이 '환갑'(한국말로)을 맞았고,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가 설립된 지도 60주년이 됐다. 이 중요한 이정표를 맞아 양국 관계를 반추해 볼 때 (한미 간) 군사 동맹은 더욱 강력해졌고, 교역 관계도 성장해 양국 관계가 진정으로 세계화되고 있다.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한미 관계를)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발전'변화하게 하고 있고, 앞으로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도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하도록 서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언급했듯이 작년 봄에 오바마'박근혜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했고, 성공적이었으며 우리 관계를 극명하게 잘 보여준 사례였다."
-미국도 한국의 오랜 동맹이지만 중국 역시 한국의 오랜 이웃으로 한'중 간 경제적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한국이) 중국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상황인데 미국의 입장은 어떤가.
"한국과 중국의 좋은 관계에 대해 우리는 환영한다. 한국이 민주적으로 잘 발전하고 법치와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과 중요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중국에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북한의 도전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중국의 협력을 얻어내는 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 지도부가 중국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 역시 중요한 파트너이지만 한일 관계가 좋지 않다. 한미 동맹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우리는 한국이 가지고 있는 아픈 기억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회에 걸쳐서 '일본이 이에 적절하게 대처할 것을 바란다'고 말해왔다. 동시에 한일 관계가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이 지역(한'미'일)에서 중요하다고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제3자 간에 강력한 조율과 협력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무척 중요하다고 계속 믿고 있다."
-최근 타결된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한국 국회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예전에 한국에서 근무할 때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 SMA 협상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매우 잘 알고 있다. 늘 어려운 협상이지만 결국에는 한미동맹을 더욱 강력하게 하고 우리의 의지를 반영하는 협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투명성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맺어진 협정 역시 투명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협정이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이 양보했는데, 이번에는 미국에서 원자력 협력 협정에 통 크게 전향적으로 양보할 생각은 없는가.
"우리는 한국에 3가지 필요를 적절하게 충족시키는 협정을 타결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것은 ▷사용 후 연료 관리 ▷안정적인 연료 공급, 그리고 ▷제 원자력 시장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어렵고 복잡하지만 한국의 필요와 미국의 비확산 필요를 충족시키는 협정으로 타결될 것으로 믿는다."
-전시작전통제권을 2019년 이후로 연기하자는 한국 측 제안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국의 입장은.
"(자신감 있다는 듯이) 사실은 이번 주 워싱턴 DC에서 회의가 열리고 있는데,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가장 강력한 연합 억지력을 유지시키고,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함께 결정할 것이다."
-북한이 핵을 미끼로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전략도 있다는데 미국의 입장은.
"핵 문제에 대해선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명백히 했다.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과도 구체적인 비핵화 진전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조율 중이다. 6자회담이든, 남북 관계이든, 북미 관계이든, 결국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이 관건이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솔직하고 진지한 의지를 가지지 않고, 6자회담이나 다른 회담을 통해 약속한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상 진전은 없다."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면 어떤 도움이 되고, 미국은 한국의 참여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솔직히 말씀드려 미국은 한국의 TPP 참여에 대한 관심을 매우 환영하고 자연스런 파트너가 될 것이며, TPP에도 많이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 역시 TPP에 가입하면 얻을 것이 많을 것이며, 우리가 한미 FTA 체결 이후 완전한 이행으로 옮겨 가면서 지금 남아 있는 현안들을 잘 해결해 가면 미국에서 한국의 가입에 강력한 지지를 보낼 것이다."
-한국인들 사이에 미국 유학 비자 거부가 심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한국의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기쁘게 생각한다. (국민) 1인당 유학생 숫자를 따져 볼 때 한국이 가장 많은 수를 보내고 있고, 우리는 이러한 추세를 원하고 있다. 작년에 2만7천 명 이상에게 비자를 발급하는 데 있어 규정은 변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해서 우수한 학생들이 미국에 오는 것을 환영할 것이며, 그런 측면에서 계속 과거와 마찬가지로 비자 발급도 진행할 것이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은 계속될 것인가.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NSA에 대해 중요한 결정을 내렸고, 또한 개혁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한국에 부임한 지 2년이 넘었는데 한미 동맹에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2년이 긴 시간처럼 느끼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건이 있었다. 서울에 안착하자마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해 양국 간 긴밀히 소통할 수밖에 없었다. 한미 FTA 체결 이후 양국의 기업들과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기억 남는 사건을 꼽기는 어렵지만 한미 동맹과 군사적 동맹 강화라는 측면에서 미사일 지침 개정,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S) 선포에 대한 대응에 이르기까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어 자랑스러웠다."
그는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양국 간 인적 관계 강화에 기여할 수 있어 기뻤다"면서 "저를 포함한 미국 대사관이 14회에 걸쳐 지방에 내려간 이유도 '한국은 서울 이상의 것'(지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며 지방에 대한 애정도 강조했다.
서명수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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