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다 가리는 아파트 신축 보고만 있으라고?

입력 2014-01-24 07:57:24

[독자와 함께] 효목동 럭키2차 주민 반발

대구 동구 효목동 럭키2차 맨션 바로 옆 공터에 14층 높이의 아파트 신축이 예정되자 럭키2차 맨션 주민들이 햇빛을 가린다며 반발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 동구 효목동 럭키2차 맨션 바로 옆 공터에 14층 높이의 아파트 신축이 예정되자 럭키2차 맨션 주민들이 햇빛을 가린다며 반발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 동구 화랑로 25길(효목동) 럭키2차 맨션(49가구) 주민들이 맨션 바로 옆에 14층(높이 42m)짜리 아파트가 들어서면 일조권 피해와 일대 교통이 혼잡을 빚게 될 것이라며 신축을 반대하고 있다.

맨션 주민들은 이달 초 인근 공터에 A건설이 14층짜리 아파트를 짓는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맨션 높이 3배에 이르는 이 아파트가 맨션 남쪽에 지어지면 맨션은 온종일 아파트 그늘에 가려 햇빛을 볼 수 없게 되지만 허가엔 문제가 없다는 말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

전용 및 일반주거 지역은 일조권에 의해 건물 높이가 일정 정도 제한되지만, 럭키2차 맨션 주변 지역은 일조권이 인정되지 않는 상업지역이기 때문이다. 민법상 건물경계선에서 50㎝ 이상 띄우도록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고층 아파트 신축을 막을 수 없는 실정이다.

현재 건축설계에 따르면 A건설의 아파트 1층은 주차장, 2층은 근린생활시설, 3∼14층엔 주택이 들어선다. 럭키2차 맨션의 경계 담을 기준으로 아파트 주택 부분은 4, 5m 떨어져 있지만, 2층 기준으로는 건물 간격이 60㎝에 불과하다.

이에 주민들은 일조권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건축허가를 내주지 말 것을 구청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주민 20여 명은 17일 구청을 찾아 항의했고, 아파트 예정지 곳곳에 '신축공사를 취소하라, 구청장님은 주민의 삶을 지켜주십시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걸었다.

이뿐 아니라 주민들은 이 아파트가 들어서면 교통 혼잡도 가중될 것으로 보이지만 교통영향평가는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A건설의 아파트는 연면적이 3천24㎡로 교통영향평가 기준인 6만㎡에 못 미치고, 주택법에 의한 법정 주차대수만 지키면 건축허가에는 문제가 없다.

주민 윤성보(51) 씨는 "바로 코앞에 하늘로 솟아오른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 오후 내내 빛이 들어오지 않는 암흑천지가 될 것'이라며 '여러 차례 구청장을 만나 주민의견을 전하려 했지만 번번이 허탕이었다"고 말했다.

20년째 럭키2차 맨션에서 살고 있는 한 주민은 "화재가 나면 불이 옮겨 붙을 위험성이 있고 창문을 통해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되는 문제도 불 보듯 뻔하다"며 "지금도 주차공간이 부족해 2차로 도로가 1차로 역할밖에 못하는 실정에서 건축심의를 통과한다면 행정소송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은 "건축 허가와 관련해선 구청에 재량권이 없어서 법이 정한 조건에 맞으면 건축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며 "심의과정을 통해 현재 설계안보다 건물 간의 거리를 더 떨어뜨릴 수 있도록 반영하고, 주민들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행사에 행정지도를 하겠다"고 했다.

A건설은 이달 2일 심의 신청서를 구청에 제출했고, 20일 동구청에서 건축위원회의의 심의가 열렸으나 일단 허가가 유보됐다. 동구청은 다음 달 럭키2차 맨션 주민의 의견을 반영해 재심의 하기로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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