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차 많고 KTX에 양보, 40분까지는 보상도 없어 승객만 무작정 발 동동
21일 오후 1시 45분 동대구역 대합실. 전광판의 열차 도착시각은 1시 22분을 가리켰다. 승객들은 매서운 겨울바람에 발을 구르며 휴대전화 시간을 몇 번씩 확인했다. 몇몇은 다시 계단에 올라 대합실로 올라갔다. 멀리서 경적소리와 함께 무궁화호 열차가 서서히 들어왔다. 예정시간보다 23분 늦었다.
올 설 명절 기차역에 가족을 마중 나가는 시민들은 제시간에 가족들을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가족이 무궁화나 새마을호 등 일반열차를 타고 온다면 연착될 가능성이 커서다. 일반열차는 KTX(고속열차)와 같은 선로를 사용하지만, KTX에 양보해야 할 때가 잦아 도착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일반열차는 '지각열차'
기자가 21일(오후 12시 30분~4시 30분)과 22일(낮 12시~오후 8시) 이틀에 걸쳐 12시간 동안 동대구역을 지나는 일반열차 45편을 분석한 결과, 도착시각을 지키지 못한 열차가 21편(47%)에 달했다. 지연 도착한 일반열차의 평균 지연시간은 상행선(부산→동대구)이 1분 24초, 하행선(서울→동대구)은 9분이나 됐다. 지연 도착한 열차 21편 중 10~23분 늦은 열차도 7편에 이르렀다. 5~10분 미만은 3편이었고 5분 이상 지연된 10편은 모두 하행선이었다.
반면 같은 시간 동안 KTX는 133편 중 107편(80%)이 정시에 도착했다.
지연한 상행선 KTX는 평균 1분 20초, 하행선은 5분 이상 늦은 일반열차와 달리 1분 38초 지연에 그쳤다.
그동안 열차의 지연도착은 일반열차에 집중돼 발생했다.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2009~2013년 상반기) 열차의 지연 도착은 25만3천337분이나 됐다. 이 가운데 일반열차가 94%(23만8천176분)를 차지했고 KTX는 6%(1만5천161분) 뿐이었다.
일반열차의 잦은 지각은 KTX와 달리 정차하는 역이 많다는 게 이유다. 선로 점검으로 말미암은 감속 운행에다 승'하차 시간이 길어지면 출발이 늦어져 당연히 제시간 도착을 어렵게 한다. 게다가 KTX와 함께 사용하는 선로구간에선 KTX에 선로를 내줘야 해 지연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더욱이 전체적으로 열차 운행횟수가 많아 사실상 선로가 포화상태인 것도 문제다.
◆늦어도 보상은 없다?
열차 지연도착이 잦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김고운(31) 씨는 무궁화호 열차의 도착이 늦어지는 바람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김 씨는 "예정보다 2, 3분 지연된 열차에 올라탔는데, 좌석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며 "열차 번호를 확인하니 앞 열차가 20분 이상 늦어 다른 열차를 탄 것이었다"고 했다.
주말부부인 황영화(35'여) 씨도 잦은 지연도착으로 남편과의 상봉시간이 뒤로 밀렸다. 황 씨는 "금요일 저녁이면 서울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동대구역까지 오는 데 지연도착 사례가 잦아 남편이 추운 데서 떨며 기다려야 할 때가 잦았다. 이제는 남편이 연착시간에 맞춰 마중을 나온다"고 했다.
열차가 도착시간을 어겨도 보상받기는 쉽지 않다. 일반열차는 40분 미만 때에는 아예 보상이 없다. 늦게 도착한 시간이 40분 이상~60분 미만이면 승차권 금액의 12.5%를 돌려받는다. 보상액이 가장 큰 50%는 120분 이상 열차가 지각해야 받을 수 있다. 20분 이상 지연 때 보상을 받는 KTX와도 차이가 난다.
한국철도공사 대구본부 김흥진 파트장은 "현재 지연시간 자료를 참고해 운행 시간표를 조정하더라도 또 다른 변수로 열차가 또 지연될 수 있다"며 "열차가 제때 도착하려면 일반열차와 KTX 선로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밖에는 해결책이 없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사진-22일 오후 1시 20분쯤 열차 출발'도착을 알리는 동대구역 전광판. 정시도착을 알리는 KTX와 달리 새마을과 무궁화호의 지연이 두드러졌다.
서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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