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까지 강연 미사 3회 남아…신앙·선교 활동 이야기보따리
13일 오후 천주교 대구대교구 관덕정순교기념관(관장 여영환 신부).
유상환(프란치스코) 신부(과달루페 외방 선교회 서울지부)의 강연 미사가 한창이었다. 그는 멕시코에서 태어나 신부가 되기까지, 또 한국으로 선교 활동을 하러 오기까지의 삶의 과정을 신자들 앞에 풀어냈다.
유 신부가 한국에 온 것은 1999년. 먼저 한국을 경험한 선배 선교사들로부터 한국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어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고, 아시아 국가들 중 한국을 선교 인생의 출발지로 선택했다. 처음 자리를 잡은 곳은 전남 구례.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몰랐던 유 신부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밤을 꼬박 새워 준비한 대본으로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 앞에서 첫 미사를 열었다. 당시 할머니들이 "재미있다"며 건넨 칭찬을 잊을 수 없단다. 이후 할머니들로부터 배운 전라도 사투리 "알았당께"는 유 신부가 미사 중간 중간마다 분위기를 돋구기 위해 넣는 추임새가 됐다.
고국을 떠나 살면서 애환도 있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멕시코에 있는 남동생으로부터 암투병 중이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교 활동을 그만두고 당장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단다. 하지만 어머니가 자신에게 남긴 마지막 말을 전해 듣고 힘을 얻었다. "프란치스코야. 나는 걱정하지 마라. 하느님께서 알아서 하신단다. 네가 선택한 선교의 꿈을 꼭 이루길 바란다. 나 먼저 가고, 나중에 다시 만나자꾸나."
관덕정순교기념관은 매년 1월 21일 이윤일 요한 성인의 순교일을 앞두고 '성 이윤일 요한제'를 열고 있다. 올해 23회 윤일제는 처음으로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교사 신부 9명을 초청, '선교의 꿈'이라는 주제로 이달 12~20일 매일 한 차례씩 강연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상환 신부를 포함한 선교사 신부들은 한국에 와서 저마다 체험한 선교의 삶과 신앙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과거 박해시대 때 우리나라의 복음화를 위해 순교를 선택했던 선교사 신부들의 삶이 있었다면, 이제는 일상 속 잔잔한 감동과 어우러짐으로 가장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 하려는 선교의 꿈을 펼치고 있다는 것.
여영환 관덕정순교기념관장은 "1784년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시작된 이후 오늘의 한국천주교회로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선교사 신부님들이 흘린 피와 땀이 있었다. 이번 선교의 꿈 강연 미사가 교구민들에게 또 한 번의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교의 꿈 강연 미사는 17일까지 6회 진행됐다. 18일 오후 5시 유의배(알로이시오) 신부, 19일 오후 3시 인만희(마누엘) 신부, 20일 오후 3시 노숭피(로베르토) 신부의 강연 미사를 남겨두고 있다. 또 21일 오후 5시에는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가 성 이윤일 요한 순교기념미사를 봉헌한다.
성 이윤일 요한은 1815년 충청도 홍주(지금의 충남 홍성)에서 태어났다. 성인은 천주교 신앙을 가진 아버지를 따라 포교 활동에 힘쓰며 신자들을 이끌었다. 그러다 1866년 11월 병인박해 때 문경 여우목(지금의 문경시 문경읍 중평리)에서 가족 및 마을 교우 30여 명과 함께 체포돼 이듬해 대구 관덕정에서 순교했다.
성인은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103위 성인 반열에 올랐다. 수차례 이장됐던 성인의 유해는 1987년 1월 대구대교구청 내 성모당에 안치됐고, 대구대교구 제2주보로 모셔졌다. 성인의 유해는 1991년 1월 다시 관덕정순교기념관으로 옮겨져 지하 성당에 봉안됐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