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읽고 결심, 명예로운 퇴진

입력 2014-01-17 11:53:43

여론 "64% 교체 희망" 국회의원 냉대 큰 압박, 후보 10명 넘어 부담도

김범일 대구시장이 17일 6'4 대구시장 선거 전격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구민심, 지역경제 등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김 시장이 경선과 관련해 출마보다는 불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불출마를 선언했다고 보고 있다.

김 시장 불출마의 가장 큰 배경은 불출마 선언을 통해 밝힌 "변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여론을 확인했다"는 언급처럼 후임에게 자리를 물려주며 명예로운 퇴임을 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지역 경제계 등은 김 시장이 재임 기간 해놓은 성과를 거론하며 김 시장의 퇴진을 크게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인중 화성산업 회장은 "(김 시장이) 3선에 도전할 줄 알았고, 한 번 더 하기를 바랐다. 많은 일을 한 것에 비해 시민들이 잘 알아주지 않자 3선 도전의 원동력을 잃어버려 불출마 결단을 내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시장이 명예로운 퇴임을 선택한 것은 대구 민심이 좋지 않은 점도 한 부분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기관에서 김 시장의 지지율이 30%대를 넘지 않는 등 재선 대구시장을 거치면서 시민들의 피로감이 적지 않은 것이 각종 수치에서 뚜렷하게 부각된 것이다. 이처럼 민심이 등을 돌리면서 3선 고지 앞에서 김 시장도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한 전직 공무원은 "결국 경제문제가 아니겠느냐"며 "시민들이 기대한 만큼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지 못하면서 김 시장에 대한 기대를 점점 접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시장에 대한 정치권의 냉담한 반응도 불출마의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3선을 위해서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협조가 필수이지만 현 국회의원 중 김 시장 편이 거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지역의 중진이었던 고(故) 이해봉 국회의원 같은 김 시장 지원세력이 현재는 사라졌다는 것이다. 더욱이 김 시장이 국회의원들과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적지 않았다. 실제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시장이 3선이 돼야 한다고 앞서서 주장하는 국회의원은 거의 없었다.

청와대에서도 김 시장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정치권의 기류를 파악한 김 시장이 명예로운 퇴진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역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시장을 지지하는 국회의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3선 도전에 나섰다가 지금까지의 공도 까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냉대를 받으면서 고립무원에 처하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처럼 여론과 정치권 모두로부터 외면을 받자, 선거 출마 희망자들이 10명이 넘어선 것도 김 시장에게는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 시장이 경험, 중량감 등에서 상당히 높은데도 불구하고 다른 후보들이 김 시장 비판 대열에 앞장서면서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경북고, 서울대, 행정자치부 기획관리실장, 산림청장 등 엘리트 길을 걸어온 김 시장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이처럼 대내외 환경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고심 끝에 불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불출마를 결심한 마당에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 전격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것.

실제 16일 밤 불출마 결심 소식을 들은 최측근 인사들이 이를 말렸지만, 김 시장의 의지가 확고했다는 후문이다. 김 시장 측은 "시장님의 의사가 워낙 확고했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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