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체제' 포스코 전망은…'경영 혜안' 통한 철강 본원 경쟁력 심혈

입력 2014-01-17 10:38:03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한 근로자가 고로에서 쇳물이 나오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한 근로자가 고로에서 쇳물이 나오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권오준 포스코 차기 회장(8대) 내정자는 포스코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세계적 철강공급 과잉으로 철강경기가 위축돼 있는데다 포스코의 수익이 수년째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계열사 확장 등으로 비대해진 조직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고, 외부적으로는 중국발 철강공급 과잉 시장을 깨고 들어갈 틈새를 만들어야 한다.

◆포스코의 위기

포스코는 2008년 정준양 회장 취임 직전만 해도 매출 41조7천420억원, 영업이익 7조1천73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영업이익 중 절반이 뚝 잘려나갔다. 2010년 11.6%에 달한 영업이익률이 2012년 5.7%, 2013년 5%로 계속 줄고 있다.

세계 철강경기의 위축도 있지만 재계에서는 '무리한 기업 확장'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인수'합병을 위한 전략기획실을 신설하고, 기업인수에 매진하는가 하면 MB정부 실세와 해외자원 외교 등을 펼치며 7조원을 쏟아부었다.

자원외교의 영향으로 해외 광산을 일부 확보했지만, 수익이 나지 않은 부실기업을 상당수 끌어안는 실수를 범해 포스코의 현금유동성을 크게 악화시켰다. 2009년 36개사이던 계열사는 2012년 71개까지 늘었다가 현재 구조조정을 통해 40개 수준으로 정리수순을 밟고 있다.

이처럼 포스코는 현금보유고를 늘이기 위해 계열사를 본격 정리하며 정상화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세계 철강경기의 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때문에 조직 안정화보다는 개혁바람을 몰고 올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외부인사의 등용이 힘을 얻은 것이다.

◆권 내정자의 숙제

권 내정자가 포스코를 정상화시키려면 혁신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권 내정자의 확정 소식에 많은 관계자들은 정준양 회장의 서울사대부고, 서울대 금속학과 후배라는 점에서, 선배가 벌여놓은 일(계열사 확장 등)을 정리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의 연장선상에서 경영을 꾸려나간다면, 포스코 OB(old boy)들의 기득권을 무너뜨리기 힘들다. 이런 측면에서 권 사장은 정 회장의 영향력과 흔적을 넘어 포스코의 성장을 위해 새로운 역사를 쓸 각오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영선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포스코는 사업구조 재편을 강력하게 추진해 그룹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그룹 가치를 끌어올려야 할 숙제가 있다. 기술과 마케팅의 융합을 통해 철강본원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혜안을 권 내정자에게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술리더로 철강업계 위기 뚫는다

30년 가까이 연구'개발에만 몰두해온 권 내정자이기에 포스코가 중점 육성하는 신제품'고부가가치 제품 등의 핵심역량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등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신흥철강생산 국가에 맞서기 위해서는 철강경쟁력 강화가 숙제다. 기획'재무'전략 등 경영에 대한 실력은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포스코 전직 임원들은 권 내정자가 포스코를 되살릴 해법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전직 임원은 "권 내정자가 확정된 날 서울에서 OB들이 작은 모임을 하고 있었다. 기술부문에서 최고라는 후배가 회장직을 맡는다고 하니, 고부가가치 등의 제품개발이 큰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구적이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권 내정자 성격상 포스코를 안정화 시키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 사장과 RIST에서 함께 근무한 한 지인은 "권 내정자의 소식은 충격적일 만큼 의외였다. 연구개발 외길을 걸어온 포스코맨이 회장직을 맡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평소 말이 없고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지만 꼼꼼한 일처리는 후보군들 중에서 최고다"고 말했다.

포항·박승혁기자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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