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년에 서너 번 여러 가지 목적을 안고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 중심에는 식도락, 푸드 마케팅 리서치가 있다. 파리에서 미식여행을 집중적으로 해보고 싶어서 여행 정보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일정이 여의치가 않아서 또 일본으로 다녀왔다. 일본의 푸드 산업은 보면 볼수록 새롭고 눈여겨볼 만한 것들이 많아 내 머릿속은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칼럼의 소재가 될 만한 것들을 백화점 식품관에서 콕콕 집어내서 기쁘고, 북카페에 앉아 목차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강의에 필요한 책도 구입한다. 마케팅, 경영, 자기계발, 수필 부문의 베스트 셀러를 하나하나 살펴본다. 제목과 목차, 개요를 꼼꼼히 읽어보고, 책 표지 디자인도 살펴본다. 음식 관련 베스트는 단연코 다이어트, 건강을 주제로 하는 요리 레시피 책이다. 십수 년 전 연구소에 다니던 시절, 섬유제품의 일본 수출 건으로 휴가를 내어 후쿠오카를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의 눈에 비친 대구보다 더 작은 도시 후쿠오카. 관광여행으로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곳이었는데, 도쿄 다음으로 나에게는 가장 많이 방문한 해외도시가 되어 버렸다. 후쿠오카의 명물 음식으로는 멘타이코(명란젓), 모츠(곱창), 라멘(라면) 등이 있다. 후쿠오카의 특산물이 무엇인지 미리 알고 있지 못하더라도 명란젓을 파는 가게가 도처에 있기 때문에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50대 아저씨 입맛을 가진 필자는 단음식과 과자를 좋아하지 않는데, 일본을 가면 꼭 달달한 디저트 가게에 들른다. 맛도 물론이지만, 꽃밭처럼 예쁜 색상과 모양 때문에 주얼리숍에 갈 때보다 더 나의 여심이 살랑거리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부터 많이 걸었더니, 점심을 먹고 난 오후 4시경, 나의 몸은 달달한 무언가를 강렬히 요구하였다.
하카타역 9층의 레스토랑가로 올라갔다. 새해 연휴라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었다.
일본식 화과자와 녹차로 만든 디저트가게와, 생과일이 싱싱하고 먹음직스럽게 진열된 과일 팬케이크 카페 중에서 잠시 선택의 고민을 하다가 '캠벨 얼리'라는 홈메이드 느낌이 물씬 나는 카페를 가족들의 만장일치로 결정하였다. 20여 분을 기다려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대기하면서 메뉴판을 여러 번 보았음에도, 카페 안의 사람들이 무엇을 주문하여 먹는지 테이블 위에 놓인 디저트들로 빠르고도 차분히 시선을 움직였다.
아까 메뉴판에서부터 뜻 모르는 단어, 아마오우~! 후쿠오카 사투리인가 하면서, 주문을 하며 점원에게 물어보니 딸기라고 한다. 아마오우(あまおう)는, 아카이(あかい'붉다), 마루이(まるい'둥글다), 오오키이(おおきい'크다), 우마이 (うまい'맛있다)의 첫 머리글자를 따서 명명된 딸기의 이름이다. 참 일본다운 작명이다.
하카타 아마오우(博多あまおう)로 불리는 이 딸기는 '후쿠오카 S6호'라는 품종명, 6년간의 연구 끝에 탄생한 후쿠오카현의 딸기 브랜드명이다. 도요노카(とよのか)라는 일본의 대표 딸기에 도전장을 낸 로컬 브랜드이다.
아마오우라는 이름을 간판에 내걸고 과일상점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카페에서 아마오우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메뉴를 출시하여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도록 한 것이 주목할 만하다.
동경을 오가며 서울에서 30년째 살고 있는 일본인 친구가 몇 년 전 대구로 이사를 왔다. 그녀는 대구의 특산물이 무엇인지 내게 물었다. 서울에서 자주 다니던 백화점 식품관과 대구지점 식품관에서 팔고 있는 식품관의 상품이 똑같다는 것이었다. 대구지역 특산물을 구경하리라는 기대로 장바구니를 들고 백화점 식품관을 방문했을 식도락가 그녀가 실망했을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최근에 읽은 일곱 가지의 습관이라는 책에서 1순위로 언급된 단어가 '자신'다움, 즉 '나'다움이다. 대구다움, 대구만의 색깔과 향기를 내는 것이 곧 차별화 전략이다. 우리 대구가 스스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대구스러움'을 안고 전국을 넘어 세계로 진출하는 로컬 마케팅의 주역으로 힘차게 뛰어보는 한 해가 되길.
푸드 블로그 '모모짱의 맛있는 하루'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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