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 밥 먹으러 왔다가 5500원 주차료 내고 가요

입력 2014-01-16 11:02:28

범어천 복개도로 주차료 논란

대구 수성구청이 운영하는 범어천로 노상공영 4주차장이 1시간에 2천500원의 비싼 주차료 문제로 운전자와 잦은 시비가 발생하는 등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근 공영주차장은 1시간에 1천500원을 받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 수성구청이 운영하는 범어천로 노상공영 4주차장이 1시간에 2천500원의 비싼 주차료 문제로 운전자와 잦은 시비가 발생하는 등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근 공영주차장은 1시간에 1천500원을 받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밥값보다 더 비싼 주차요금.'

김모(43'여) 씨는 최근 주차요금 문제로 불쾌한 일을 겪었다. 지인 2명과 대구 수성구 범어천 복개도로변 노상 공영주자창에 주차하고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2시간 정도 식사를 한 것 같은데 주차장 관리원은 요금 5천500원을 내라고 했다. 3명이 각자 자동차를 몰고 온 터라 모두 1만6천500원의 주차료를 지불했다. 김 씨는 "식당에 주차비를 해결해 달라고 하니 식당 주인이 '새로 바뀐 공영주차장 수탁업자가 월정 주차료를 너무 높게 불러 계약을 못 했다고 밝혔다"며 "밥 먹으러 왔다 기분이 너무 나쁘고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범어천 복개도로 노상 주차장 유료화 이후 인근 상인과 시민들의 불만이 많다. 더욱이 올해부터 공영주차장 운영을 맡은 새 사업자가 요금을 기준대로 엄격히 받으면서 수성구청에는 상인들과 시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성구청은 2012년부터 신천시장에서 어린이회관 삼거리에 이르는 범어천 복개도로의 노상 주차장을 유료로 전환했다. 음식점 앞 도로에 이중주차를 하거나 심지어 삼중주차까지 하면서 동네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민원도 잇따라 주차장을 유료화했다.

구청은 신천시장부터 어린이회관 삼거리까지를 1~3주차장으로 구분해 유료화한 뒤 사업자에게 관리를 위탁했다. 특히 신천시장~범어성당 구간의 노상주차장은 1급지로 지정돼 주차료가 최초 30분에 1천원, 추가 10분마다 500원을 받고 있다. 즉 주차료가 1시간에 2천500원, 2시간이면 5천500원이다.

이곳 한 음식점 주인은 "밥 한 끼에 5천원인데 주차요금이 2시간에 5천500원이면 어떤 손님들이 찾아오겠냐"며 "주차료 문제로 주변 상권이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다른 음식점 주인은 "유료화 이후 손님이 30% 이상 줄었으며 점심때는 손님이 거의 찾지 않는다"고 했다.

비싼 주차료 문제로 말미암은 다툼도 벌어지고 있다. 상당수 시민들이 '공영주차장'이라는 간판을 보고 주차를 했다가 예상보다 비싼 주차료를 내게 되자 음식점 주인에게 화를 내거나 주차장 관리인과 실랑이를 하는 일이 잦다.

이전의 주차장 사업자는 이런 불만들을 고려해 음식점과 계약을 맺어 주차료를 다소 할인해줬다.

이에 대해 구청 관계자는 "신천시장~범어성당 구간은 대구시 조례에 1급지로 고시돼 있어 민원이 있어도 구청이 주차요금과 관련해 손을 쓸 수 없다"며 "다만 주차장 사업자와 상인과의 마찰이 없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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