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고객정보 유출에 '금융한류' 주춤

입력 2014-01-15 07:19:35

정부 "규제풀어 동남아 진출"…국내 시스템 전반적 불신 퍼져

금융당국과 기관들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금융한류' 전략이 고객정보 유출 등 각종 사건사고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말 발표한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금융한류'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해외점포 설립과 영업을 위한 인수'합병, 출자금 등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기로 한 것이다.

앞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CEO 서밋'(Asia CEO Summit)에서 "한국의 경험을 살려 금융이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신 위원장은 자신의 인사청문회에서 "월스트리트(Wall Street)에서 우리 금융회사들은 경쟁력이 없다. 우리 문화를 동경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수익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었다. 신 위원장은 이달 말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등을 방문해 금융한류 현장점검을 할 예정이다.

금융기관들 역시 해외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다음 달 중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인도네시아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우리은행 역시 2년 동안 꼬박 공을 들인 끝에 최근 인도네시아의 사우다라은행 지분 33%를 인수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 신한은행도 인도네시아 메트로익스프레스은행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밖에 국내 은행들은 베트남과 필리핀 등에서도 적극적인 인수'합병 등을 통해 '동남아시아 벨트'를 구축하고 이 지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금융기관들이 고객정보 유출 및 내부자에 의한 횡령 등의 사건이 불거지면서 금융한류 전략의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그룹 사태가 터진 후 국내 금융시스템과 금융감독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는데다 일부 시중은행들의 내부 범죄가 드러나면서 '한국형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금융시스템만이 가지는 비교우위에 대한 검증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문화한류의 경우 우리나라가 생산한 드라마 등이 동양정서를 잘 표출하는 등 서구에서 생산된 저작물과의 차별성이 두드러진 반면 아직까지 우리 금융은 이렇다 할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지는 각종 금융사고는 우리 금융의 해외 진출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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