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견 도박 검거 '007작전' 통했다

입력 2014-01-14 10:06:54

대구 경찰관이 위장 침투…심야 야산 현장 위치 파악, 도박꾼 54명 무더기 체포

야산 등지에서 수천만원을 걸고 투견 도박판을 벌여 온 도박꾼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불법 투견도박인 만큼 검거과정도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불법 투견도박이 성행하고 있다는 매일신문(2012년 10월 25'26일 자)의 보도를 접한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불법 투견도박 현장을 덮치고자 치밀한 작전을 짰다.

어렵게 불법 투견도박꾼과 접속했지만, 장소는 알 수 없었다. 지난해 6월 22일 경찰관은 도박꾼으로 가장해 투견도박이 벌어지는 현장까지 침투했으나 휴대폰을 뺏기는 바람에 대기 중인 동료에 구체적인 장소를 알려주지 못했다. 그가 여러 곳을 둘러 겨우 도착한 투견도박장은 경북 영천시 대창면의 어느 야산이었다. 인근엔 버려진 공장이 있었고, 그 주차장엔 도박꾼들이 몰고 온 차들이 즐비했다.

도박장은 그곳에서 멀지 않았다. 발전기로 전기를 공급하며, 한 판에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120만원까지 내건 판돈은 수북하게 쌓였다.

오후 7시에 도박꾼으로 위장 침투한 경찰관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러던중 오후 11시쯤 경찰관이 잠시 혼란한 틈을 타 도박장을 빠져나왔고, 어두운 밤길을 한참이나 걸어 마을에 도착, 그제야 동료 경찰관에게 정확한 위치를 가르쳐줄 수 있었다.

40명의 검거조는 연락을 받자마자 출동했다. 그러나 돈을 잃고 도박장을 빠져나온 도박꾼이 여러 대의 차량이 움직이는 걸 보고는 개장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경찰은 더 빠른 속도로 현장을 덮쳤다.

싸움에 진 개는 피를 흘리며 처참하게 쓰러져 있었고, 경찰의 단속에 놀란 개장자는 발전기의 코드를 뽑아 도박꾼들의 도주를 도왔다.

도박꾼은 손전등을 켠 채 도주했으나 경찰의 치밀하고 신속한 검거작전에 걸려 현장에서 54명이 붙잡혔다. 경찰은 주차된 차량과 개설자가 받아놓은 휴대폰 등을 압수해 나머지 17명의 신원을 파악했다.

경찰은 14일 불법으로 투견도박장을 차린 Y(48) 씨와 키우던 개를 도박에 내세운 개주인 L(49) 씨 등을 도박장 개장과 동물보호법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심판을 본 L(35) 씨와 시설물을 설치하고, 도박장을 안내한 S(53) 씨와 J(52) 씨 등도 도박장 개장방조혐의로 입건하는 한편 도박을 한 P(57) 씨 등 불법 투견도박 관련자 6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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