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학회가 있어서 일본에 갔었다. 마침 그 시기에 캐롤라인 케네디가 일본 주재 미국대사로 부임하면서 언론매체마다 고(故) 케네디 대통령과 그 딸에 대한 과거와 현재 사진이 연일 보도되고 있었다.
연예인 이상의 관심을 받는 모습이었다. 특히 올해가 케네디 대통령 서거 50주년이 되는 해여서 더욱 의미를 두는 것 같았다. 1960년대를 기억할 수 있는 연령대라면 영화 속의 인물 같은 케네디 대통령 가족에 대한 동경을 기억할 것이고, 댈러스에서 대통령이 암살되는 사건을 보며 충격과 남은 가족에 대한 연민을 느꼈음을 기억할 것이다.
내게 캐롤라인은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남동생과 함께 엄마 옆에 다소곳하게 서 있던 천진무구한 표정의 소녀로 기억돼 있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녀가 5살의 통통한 소녀여서 그런지 50년 세월을 훌쩍 건너뛰고 등장한 그녀의 첫인상은 사뭇 달랐다. 세련된 이미지의 중년 여성이지만 말라서 그런지 얼굴에 주름이 너무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넘치니까 주름도 당당한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이는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대학 진학을 앞둔 여학생이 교정상담을 하러 치과에 왔다. 얼굴과 치아의 좌우 비대칭 때문에 병원을 찾아 X-선 사진과 치아 인상을 떴다. 그런데 얼굴을 봤을 때의 느낌보다 X-선 사진 결과상 비대칭이 훨씬 심하게 나타났다.
그래서 교정과 외과 수술을 권했는데 여학생이 단호하게 교정만 하겠다고 한다. 자기도 수술을 생각해 보았지만 형편도 어렵고, 음식이 한쪽으로만 씹히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좌우로 씹을 수 있으면 만족한다고 한다.
그 여학생이 말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당당하고 표정까지 살아있으니까 정지된 X-선 사진보다 훨씬 비대칭이 덜해 보이는 게 아닌가. 어떤 환자에 그다지 심하지 않은데도 스스로 콤플렉스를 느껴 사람과 시선도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이 여학생은 상태가 심한데도 당당하고 자신감이 있으니까 별로 심하지 않게 보이는 효과로 나타난 것 같다.
현대인의 필수 마음가짐이 자신감이라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의 스펙쌓기가 한창이다. 그중 자신감 찾기 프로젝트로 말하기, 태도, 자세교정까지 다양한 수업을 받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기 자신을 먼저 아는 것이라고 한다.
자기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고칠 것은 고쳐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자신감이 사람의 외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일단 어깨를 쫙 펴고 우리 모두 2014년은 자신감을 찾는 한 해로 만들면 좋겠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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