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책!] 탈감정사회

입력 2014-01-11 08:00:00

탈감정사회/ 스테판 G. 메스트로비치 지음/ 박형신 옮김/ 한울아카데미 펴냄

우리는 매일 저녁 극악한 범죄 현장을 보도하는 TV 뉴스를 보면서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즐긴다. 뉴스 앵커는 사건을 보도하며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그 사건을 감정적으로 포장해주는 것이다. 놀이공원에서는 철저하게 설계되어 있는 재미와 즐거움을 경험한다. 감정이 문화산업에 의해 조작되고, 기계적인 '탈감정'으로 변형되는 것이다.

뒤르켐과 전쟁범죄 연구자로 이미 미국에서는 이름 난 사회학자인 저자 스테판 메스트로비치는 지금의 '탈감정사회'를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연결시켜 사상 통제와 조작은 개인의 생각과 사고 습관을 넘어 감정 조작이라는 형태로 바뀌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현대사회의 탈감정적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보스니아 내전과 미국에서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O.J.심슨 사건을 통해 바라본다. 보스니아에서는 많은 사람이 죽어갔지만 내전을 중단시킬 수 있는 어떠한 실제적인 행동도 없었고, 다만 대량학살에서 살아남은 희생자들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뿐이다. 또 O.J.심슨 재판에 대한 미국 대중의 관심은 살인사건으로 죽은 심슨 부인에 대한 애도와 심슨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오랜 역사적 기원을 가진 인종차별주의에 쏠렸다고 지적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탈감정사회'는 아마도 감정 없이, 냉철한 이성만이 지배하는 사회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에서 의미하는 탈감정사회는 지성화되고 조작되고 대량생산된 기계적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1997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여기저기에서 한탄과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어도 정작 행위로 옮겨지는 경우는 드문 요즘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361쪽, 3만6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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