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의 해' 주가 대도약…응답하라, 주식시장

입력 2014-01-11 07:08:49

선거테마 바람 타볼까, 적립식 펀드 계속 달릴까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모바일 설문조사에서 직장인들이 새해에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로 '돈 많이 모으기'가 1위로 뽑혔다. 응답률이 50%를 웃돌아 이직'창업이나 공부'자격증 취득, 솔로 탈출'결혼보다 월등히 높았다. 대학생'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주가 상승이 취업률 상승, 부동산 가격 안정에 이어 '꼭 듣고 싶은 경제 뉴스' 3위로 꼽혔다. 글로벌 경기는 회복되고 있다지만 체감경기가 여전히 싸늘한 탓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조사 결과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주식 시장이 활황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면서 증권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늘고 있다. 갑오년 청마(靑馬)의 기운을 받아 '퀀텀 점프'(대도약)를 꿈꾸면서….

◆겨울에 '밀짚모자' 사둘까

올해 우리나라 증시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에 따라 상승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012년부터 이어져 온 박스권 장세를 벗어난다는 예상이다.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2,300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 18곳이 제시한 2014년 코스피지수의 상단 평균은 2,309, 하단 평균은 1,885였다. 하단 최저 전망치는 1,800이었고, 상단 최고 전망치는 2,420이었다.

하지만 새해가 열흘 이상 지났지만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는 아직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전언이다. 지난해 2,000선을 넘기며 마감한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한때 1,930선까지 급락하면서 '개미'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일본 엔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이달 2일 개장 첫날부터 급락한 증시는 10일 오전 현재 1,960선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나마 코스닥 시장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월 효과' 덕분이라는 진단이다. 연말 '윈도 드레싱'(Window Dressing'펀드매니저들이 결산기를 앞두고 보유 종목의 종가 관리로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을 위해 대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던 외국인 및 기관 투자가들이 연초에는 중소형주로 갈아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어닝 쇼크'(earning shork) 수준인 8조3천억원대에 그친 것도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나온 국내 증권사의 추정치는 이보다 1조원 이상 많은 9조4천600억원대였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인 모바일 부문의 실적이 정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식 비중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추가적인 조정 가능성이 낮은 만큼 안전자산보다는 투자형 상품으로 과감히 저금리 뛰어넘기를 시도하라는 것이다. 김광수 교보증권 대구 서문지점장은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이 낮다면 한번 뛰어들 만한 타이밍"이라며 "코스피지수 1,900선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에 가입해도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삼성증권은 8일 온라인 투자가이드를 통해서 "2012, 2013년의 승자들이 설파하는 한결같은 가르침은 한여름에 쓸 밀짚모자는 가장 추울 때 사야 한다는 점이었다"며 "주가가 역사적 하단으로 내쳐진 업종과 종목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다시 부는 선거 테마주 바람

2014년 주식 시장 흐름에 대해선 상저하고(上低下高)와 상고하저(上高下低)로 예측이 나뉘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하반기로 갈수록 주식 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이란 의견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하반기에 조정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맞서고 있다.

지난해 20% 정도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거뒀다는 주식 투자 15년차 직장인 서현석(가명'49) 씨는 이 같은 분석과는 무관하게 상반기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6월 4일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때문이다. 서 씨는 "새해부터는 코스닥 대신 코스피200지수에 들어가 있는 국내 대표적 우량주 비중을 높일 생각이지만 선거 테마주에도 적극 투자할 생각이 있다"며 "종목 선택만 잘하면 최근 몇 번의 대선에서처럼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실제로 지방선거까지는 아직 5개월 정도 남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선거 테마주에 대한 열기가 벌써 달아오르고 있다. 일부 정치인 관련 주식은 하룻밤 사이에 주가가 요동치는 롤러코스터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가장 관심이 쏠리고 있는 테마주는 역시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 관련 주식이다. 안 의원 테마주는 지난 대선 직전 테마주 광풍을 주도하며 증권계의 핫 이슈로 떠오른 바 있다. 안 의원이 최대주주로 있는 '안랩'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5만4천원대의 저점을 기록한 뒤 상승추세로 돌아섰다. 안철수 테마주로는 안랩 이외에도 '다믈멀티미디어' '써니전자' '링네트' 등이 꼽힌다. 이외에 박원순 서울시장'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김황식 전 총리 관련 종목들도 주식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식들은 실적과 무관하게 급등했다가 폭락, 개인 투자자들에게 매번 막대한 피해를 줬다. 주식 고수들이 정치 상황에 따라 급등락하는 테마주를 멀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7천만원을 투자해 지난해 30% 정도의 수익률을 올렸다는 자영업자 김보현(가명'53) 씨는 "자신이 잘 아는 종목에 집중하는 것이 정신건강 측면이나 수익률에서 훨씬 나은 것 같다"며 "분위기에 휩쓸려 테마주에 뛰어드는 것은 불나방과 같은 행동"이라고 조언했다.

◆미워도 다시 한 번 '적립식 펀드'

한때 국내에서는 적립식 펀드의 광풍이 분 적이 있다. 하지만 적립식 펀드의 인기는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쓰라린 손실의 기억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도 꽤 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1.23%에 그쳤다. 물론 투자 시기, 기간에 따라 수익률은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의 투자자가 기대치보다 못한 수익을 건진 셈이다.

그러나 새해를 맞아 재테크에 대해 고민이라면 국내 주요 운용사의 대표 펀드에 일정 금액을 나눠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은행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원금 손실 위험이 낮기 때문이다. 은행 실질금리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에 영향을 받는데 한국은행은 9일 연 2.5%인 기준금리를 8개월째 동결했다. 당분간은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낮다는 이야기다.

직장인 이기영(가명'44) 씨는 3년 전부터 국내 자산운용사의 펀드에 매월 적립식으로 10만원씩 나눠 투자하고 있다. 물론 김 씨가 가입한 펀드 역시 수익률은 신통치 않다. 하지만 김 씨는 올해 펀드 투자액을 늘릴 계획이다. 그는 "은행 예금금리가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액으로 투자할 만한 게 적립식 펀드밖에 더 있겠느냐"며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적금 붓는다는 생각으로 넣어둘 생각"이라고 했다.

새해 펀드투자를 새롭게 계획하는 이들이라면 '소장 펀드'(소득공제 장기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오는 3월부터 연간 총급여액이 5천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가 자산 총액 40% 이상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장기적립식 펀드에 가입할 경우 혜택을 주는 상품이다. 연간 600만원 범위에서 계약기간(5~10년) 동안 연간 납입액의 40%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연말정산 시 최대 40만원 정도 환급받을 수 있다. NH농협은행 경북영업부 이아람 과장은 "펀드 가입을 유도하는 각종 정부 지원책이 조만간 쏟아질 예정이어서 펀드 투자자에게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라며 "지난해 대거 펀드 환매 행렬에 동참하던 개인 투자자들도 지난 연말부터는 주식형 펀드 등의 투자를 늘리는 모습"이라고 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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