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커트라인 높아지고 수업 분위기 좋아졌지만…
생명공학도들이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준비에 사활을 걸면서 관련 전공 교수들의 시름은 커져만 가고 있다.
경북대학교 생명과학부 A교수는 학과 미래를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하다. 예전보다 학과 입학 커트라인은 높아지고, 학생들의 수업 태도도 좋아졌지만 학생들의 목표가 '전공 공부'가 아닌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문대학원 체제 도입으로 생명과학부가 아주 큰 타격을 받았다. 학생들이 전공을 차근차근 공부해서 이 분야의 석'박사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목표가 의전원"이라며 "학생들 수업 태도가 좋은 것도 의전원에 입학하려면 학부 성적이 좋아야 하고, 시험에도 관련 문제가 많이 나와서 그런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교수들이 의전원 준비생보다 더 걱정하는 이들은 약대 입학, 즉 PEET(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 준비생들이다. 약대는 학부 성적과 상관없이 2학년 과정만 수료하면 지원 자격이 되기 때문에 전공 공부에 열의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
A교수는 "의전원 준비생들은 졸업을 해야 하고, 수시모집 때 성적이 반영되니까 (전공 공부에) 노력을 하는 데 PEET 준비생은 노력도 별로 하지 않는다. 이 학과를 졸업할 것이 아니고 약대에 갈꺼니까 학과 공부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석사과정을 마친 대학원생이 뒤늦게 의전원에 진학하기도 한다. A교수는 "내 연구실에서 석사 학위을 마친 학생 2명도 결국 의전원을 갔다. 연구실에 있을 때 착실히 연구했고, 연구소에 취업도 했지만 현장에서 일해보니 우리 전공 대우가 그렇게 좋지 않다는 것을 겪어본 것"이라며 "지금처럼 연구 인력이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시스템에서 전문대학원 체제는 생명공학같은 다른 학문의 희생을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학과 교수들은 생명공학 분야 연구 인력이 점점 줄어드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의전원과 치전원 등에 진학하는 이들이 학과에서 소위 '우수 학생'으로 분류되는 학생들이기 때문.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경북대 생명과학부 B교수는 "과거에 비해 해외 유학을 가 생명공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크게 줄었다"며 "제약과 약학 분야에서 신약을 개발하면 엄청난 로열티를 받는다. 자동차 수천 대를 파는 것보다 신약을 하나 개발했을 때 미치는 경제 효과가 크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앞으로 이 분야를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이 점점 줄어든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걱정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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